글로벌 10대 제약강국 도전 원년 좌담회
박인석 보건사업정책국장
약가인하로 보험재정 흑자…앞으론 제약산업 육성에 주력
이종욱 혁신제약협의회장
10대 제약강국 무리 아냐…연구개발로 해외시장 뚫어야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단장
선진·신흥시장 맞춤전략으로 '1천억 매출' 블록버스터 가능
사회=현승윤 중소기업부장
[ 현승윤 / 김형호 / 은정진 기자 ]
올해는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10대 강국으로 가는 첫 시동을 건 해였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까지 세계 10대, 2020년까지 세계 7대 글로벌 제약강국을 목표로 한 ‘제약산업 육성지원 계획안’을 올해 초 발표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육성특별법과 산업육성 펀드 등 지원책을 내놨다. 제약업계도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화답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올해 제약산업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발전 가능성을 짚어보는 좌담회를 지난 6일 한경 본사에서 열었다. 박인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이종욱 혁신형제약기업협의회장(대웅제약 사장),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단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올해 국내 제약산업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종욱 회장=‘우리도 선진국시장 문을 두드리면 되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1990년대 들어서야 연구개발(R&D)을 강화했는데 20여년 만에 성과가 나왔다. 선진국 의약품 시장에 들어갈 물질들이 다수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을 받는 품목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박인석 국장=줄기세포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아 올해 출시됐다. 올해는 국산신약이 20호까지 나왔다. R&D 투자의 결실을 거둔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된 것 같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이 향상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이런 결실이 나올 것으로 본다.
▷정윤택 단장=지난해 일괄약가 인하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국내 제약사들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해가는 것 같다. 통계적으로 봐도 2007년까지는 저가형 원료의약품 수출이 더 많았지만 2012년부터 완제의약품이 추월했다. 올해는 셀트리온이 EMA 승인을 따냈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으로 미국을 뚫었다. 대웅제약도 제네릭으로 미국 허가승인을 얻는 등 축적된 신약개발이 수출로 가시화됐다.
○사회=연초 정부가 2017년 10대, 2020년 7대 제약강국 비전을 제시했다. 무리한 목표 아닌가.
▷박 국장=현실적 가능성을 고려해 목표를 잡았다. 수출 비중 50%를 핵심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어 5년 뒤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다. 기업이나 KOTRA 등과 해외를 다녀보면 우리 제약산업의 역량이나 품질에 대해 아직도 외국에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품질경쟁력 홍보가 시급하다. 정부도 국내 제약사의 해외진출 국가 정부와 협조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이 회장=복지부가 설정한 10대 강국, 7대 강국 비전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제약산업은 세계 13위권이다. 제약시장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으로 10위권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수출 비중이다. 일본 사례를 봤을 때 우리도 해낼 수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앞서 세계화에 뛰어들어 글로벌 규모의 제약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1위인 다케다제약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55%를 차지하고 2~4위 업체들 모두 50%대 중반에 달한다. 다케다는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순위도 18~19위권으로 도약했다.
▷정 단장=조만간 단일 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블록버스터가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국가별로 차별화해 접근해야 한다.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은 신약과 개량신약으로 들어가야 한다. 신흥국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 국가에서는 주요 입찰을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정부 간 협력으로 기업과 함께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의 남미 1억달러 수출이 대표적이다.
○사회=복지부의 1000억원 규모 산업육성펀드는 규모가 다소 작은 것 아닌가.
▷박 국장=매칭방식으로 매년 1000억원씩 5년간 5000억원을 조성하니까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정부가 시범출자한 것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민간자금 주도의 펀드가 생겨날 수 있는 물꼬를 터주겠다는 것이다.
○사회=어떤 방식으로 선진국 시장에 들어가야 하나.
▷이 회장=처음에는 다국적사와 손잡고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방식으로 가고, 두 번째 단계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그런 뒤 직접 현지에 자회사를 세우는 단계로 접근해야 한다. 일본 제약사들의 해외매출이 50%대에 달하는 것도 특정 시점부터 직접 선진시장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주 일본을 방문해 다이치산쿄 등을 만났더니 “이제 선진국 시장을 직접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더라. 우리도 그런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사회=지난해 약값을 평균 14% 내린 일괄 약가인하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인가.
▷박 국장=연간 2조원 매출이 사라졌으니 업체 입장에서 역기능은 분명하다. 수익성 악화로 장기 투자여력이 훼손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약가인하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건전해졌다. 약값 거품이 사라지면서 리베이트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제약사들도 기존의 제네릭 위주 영업에서 탈피해 품질과 R&D,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회장=대웅제약은 지난해 전년 대비 6% 매출이 줄었다. ‘이제 국내시장으로는 안되겠구나’하는 결심을 하게 만든 것은 순기능이다. 상위사들이 실적악화 속에서도 R&D가 미래 대비책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15년 전 상장사 평균 R&D 비중이 매출 대비 4%대였으나 지금은 7%로 올라왔고 대웅제약은 10% 이상 투입하고 있다.
○사회=약가 추가인하 계획은 있나.
▷박 국장=지난해 약가인하 조치의 영향이 워낙 커서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내년 2월부터 재도입하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병원이 약을 싸게 구입하면 차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 도입했던 2010년과 건강보험재정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때문에 건보재정 외에 제약산업 육성 측면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이 회장=정부가 연간 사용량이 10% 이상 늘어나고 매출이 연 50억원 이상 증가하는 제품의 약가를 10%까지 추가로 깎을 수 있도록 한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문제가 많다. 대형 의약품이 나올 수 없고, 가격이 비싸고 안전성이 떨어져 잘 안 팔리던 제품을 처방하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정리=김형호/은정진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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