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경화' 착착…특정비밀보호법 참의원 통과

입력 2013-12-07 04:26
'일본판 NSC' 강화 위해 野·여론 반대에도 강행


[ 도쿄=안재석 기자 ]
국민의 알 권리 논란을 일으킨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안이 법안 성립의 최종 단계인 일본 참의원(상원) 본회의를 6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국가 안보에 지장을 주는 정보를 누설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밤늦게 참의원 본회의를 열고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까지 제출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아베 내각의 독주를 막진 못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일본 국가 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와 외교, 테러 관련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유출한 공무원을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비밀 유출을 교사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공무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언론인도 처벌받을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집단적 자위권 도입 등을 통해 ‘보통국가’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려면 일정 수준의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만간 설치될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가 미국 NSC 등 유사기관들과 원활한 정보 교류를 하기 위해서도 정보 누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베 내각의 논리다. 이번에 통과된 특정비밀보호법안이 우경화로 나아가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법안이 어렵사리 통과되긴 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반대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언론의 취재·보도와 관료사회의 내부고발을 제약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초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50%에 달했다. 반면 찬성은 25%에 그쳤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반대는 8%포인트 오르고 찬성은 5%포인트 떨어졌다.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일본 내 시민단체와 모임도 46개에 이른다. 민주당을 포함한 7개 야당도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 대표는 “분노로 몸이 떨린다”며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제를 철저한 논의 없이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