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한줄] 잠들기 전 읽는 '밤 열한 시'

입력 2013-12-06 16:36
수정 2013-12-07 11:18
<p>'마음이 풀려가고 조여지고, 사람이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생각이 달려가다 멈춘다. 그렇게 갈팡질팡이고 그렇게 단호한 시간이 밤 열한 시다. 우리가 만약 밤 열한 시에 함께 있다면, 그런데 아직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의 맨 마음을 이미 들여다본 것이다.'
– 황경신의 '뱜 열한 시' 중</p> <p>순식간에 다가온 연말.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뒤숭숭한 마음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책 SNS 서비스 '책속의 한줄'에서 발표하는 12월 1주차 소셜북랭킹을 통해 휑한 마음을 달래보자.</p> <p> 이번 주는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1위는 김은주의 '1cm+'가 오랜만에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이애경의 감성 에세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 새롭게 진입했다. 계속해서 3위는 지난 5월 소개한 바 있는 이근후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4위와 5위는 황경신의 '밤 열한 시'와 허허당의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가 각각 차지했다. 금주에 소개할 도서는 4위를 차지한 황경신의 '밤 열한 시'이다.</p> <p>이 책은 저자가 '생각이 나서' 이후 3년간의 이야기를 가을부터 시작해 겨울, 봄, 여름으로 이어지는 여로를 스케치하듯 적은 120편의 감성 에세이를 모은 작품집이다. 정형화된 문체를 벗어나 자유롭게 풀어놓은 그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바쁜 일상 속에 여유를 잃은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된다. 또한 십여 년 동안 PAPER에서 호흡을 맞춰온 김원의 그림과 어우러져 더욱 깊이 있는 풍경을 만들어냈다.</p> <p>책의 공감한줄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밤 열한 시의 정서를 만끽해보자.</p> <p>'애틋하다. 무언가를 잡으려는 오른손과 무언가를 놓으려는 왼손. 기억하려고 감은 눈. 잊으려고 다문 입.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무의미한 저항. 생의 냉정한 체계에 대한 암묵적 동의. 기다리는 일 허락 받지 못한 욕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자기연민. 오래도록 혼자 걸어왔고, 또 혼자 걸어가야 할 길. 부르지 못하는 이름. 밀어내지 못하는 바람. 이미 떨어진 꽃잎.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러나 그때는 몰랐던 시간 속에 숨겨둔 씨앗. 발화하지 않는 비밀. 그런 내가 애틋한 당신과 그런 당신이 애틋한 내가 애틋하다.'</p> <p>'알아. 외로워서 그랬겠지. 그래서 나도 외로워지고, 당신은 더욱 외로워지고.'</p> <p>'마음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도 우선은 벽을 하나 사이에 놓고 두고 보는 편이다. 아마도 겁이 많아서 혹시 저 사람이 상처를 주진 않을까? 아마도 생각이 많아서 혹시 내가 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진 않을까? 아마도 모든 게 쉽지 않아서 혹시 이 만남과 이별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사실은 변명일지도 모른다. 이쪽은 마음을 열었는데 저쪽은 닫혀 있다면? 그래서 길고 고통스럽고 외롭고 막막한 동굴 같은 곳에 갇히게 된다면? 이런 두려움 본능적인 자기보호 혹은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p> <p>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가고, 일상의 시작은 멀리 있는 시간. 밤 열한 시는 시작하기에도 끝내기에도 괜찮은 시간이다. 그래서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시간이다. '밤 열한시'는 낮의 시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롯이 앉아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그려볼 때 함께하면 좋은 책이다.</p> <p>출처 : 책속의 한줄
홈페이지 : http://m.liking.co.kr/booksns</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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