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정책 변화 오나
[ 조수영 기자 ]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 조치의 향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장성택은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황금평 개발사업, 나진·선봉경제특구, 6·28경제개선 조치, 최근 발표된 경제개발구 등 북한의 대표적인 개혁·개방 조치 역시 장성택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직접 5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정체기에 빠진 북·중 경협의 불씨를 살리는가 하면 2011년 6월 중국 단둥에서 열린 황금평 개발 착공식 때는 직접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과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황금평 개발은 북·중 경제협력을 필두로 한 북한 개혁·개방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이번에 실각한 것이 사실이라면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성과를 더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지도부 내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중단을 강하게 요구한 데 대해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유화파가 남한과의 경협 유지를 주장하면서 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성택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 경제정책 방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4일 “장성택의 실각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핵·경제 병진노선’은 당의 결정을 통해 김정은 시대 정책노선으로 발표된 만큼 장성택의 신변 변화와 관계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세부 사업에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대외팀장은 “북한 개혁·개방의 큰 흐름은 김정은 체제의 대세이기 때문에 개혁·개방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겠지만 세부 사업 현장에서 제동이 걸리거나 속도가 늦어지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장성택이 책임진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관료들의 활동도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조 팀장은 “박봉주 내각총리, 노두철 내각부총리 등 장성택의 지원으로 경제 분야에서 전면에 나섰던 경제관료들이 직접 숙청 대상이 되지는 않더라도 전보다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