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장 김치를 얻어 오며…

입력 2013-12-04 06:58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한국인의 특징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아마 ‘빨리 빨리’일 것입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요. 애초 이 표현에는 ‘졸속 일처리’를 조롱하는 뉘앙스가 많이 녹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남다른 성과를 거둔 우리네의 부지런함을 칭찬하는 의미가 더 커진 느낌입니다.

단기간에 압축성장한 때문인지 우리는 새로움에 대한 선호가 남다릅니다. ‘빨리 빨리’ 문화와 같은 맥락이지요. 주변을 둘러보면 휴대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뿐 아니라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얼리 어답터’가 수두룩합니다. 그리 많지 않은 인구와 크지 않은 시장 규모지만 새로움에 대한 ‘쏠림’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며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는 배경일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니댁에서 김장 김치를 얻어오면서 문득 다른 생각이 스치더군요. 한국인의 본성은 ‘빨리 빨리’가 아니라 ‘은근과 끈기’라는 생각이지요. 추운 겨울에 대비해 김장을 담근 뒤 두고 두고 묵혀 먹는 지혜는 꾸준함과 진중함이 아니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김장 외에도 묵혀서 좋은 게 많습니다. 친구, 책, 노래, 포도주도 오래될수록 빛을 발합니다. 금융상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저축은 장기로 들어 두면 복리로 이자가 쌓입니다. 수익률이 바닥인 보험도 한 10년쯤 지나고 보면 어느새 목돈이 돼 있습니다. 돌아보니 20~30년 전만 해도 우직하게 적금 드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네요.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처럼 금융에서도 빨리 빨리가 대세가 됐습니다. 한푼 두푼 모으기보다 ‘따블’을 좇는 세태입니다.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대박’의 기대가 ‘쪽박’으로 이어진 뼈아픈 경험은 이미 많지 않습니까. 이달 ‘베터라이프’ 섹션이 차곡차곡 수익을 쌓아가는 장기 상품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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