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보험 3년 연속 흑자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3-12-03 21:33
수정 2013-12-04 05:57
건강보험이 3년 연속 흑자행진이라고 한다. 2011년 6008억원에 이어, 지난해 3조157억원으로 사상 최대 흑자를 냈고, 올해도 2조8000억원을 점치고 있다. 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절반인 6000개의 약값을 지난해 14% 일괄 인하했고, 신종플루 등 대형 질환이 없었던 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병원·약국 이용이 줄어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건보 적립금도 8조원에 이르고 있다. 2010년 1조2994억원 적자로 재정 구멍을 걱정했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건보공단은 보험료 징수율 제고와 급여비 관리 노력 덕에 흑자가 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과연 공단이 운영을 잘 해서인지는 의문이다. 징수율을 높였다지만 자영업자의 체납이 늘면서 건보 체납액은 2조2000억원으로 오히려 불어났다. 건보료 역시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급여비가 줄어든 의료·제약업계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걷을 돈은 꼬박꼬박 올리고, 내줄 돈은 대폭 깎은 결과가 건보의 대대적인 흑자다.

강제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적자가 나도 문제지만 흑자폭이 너무 커도 문제다. 건보 흑자는 뒤집어보면 낮은 의료수가와 낮은 약제비의 결과다. 수가에 발목 잡힌 병원들은 본업보다는 상급병실비,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항목과 장례식장, 편의점 임대 등 부업으로 수익을 맞추고 있다. 의료계에선 건보 흑자를 ‘의사들의 고혈’이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약값 강제인하로 제약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병원 수익구조를 기형으로 만들고 제약회사를 쥐어짠 건보 흑자라면 이는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지속 가능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은 흑자다.

건보 흑자를 4대 중증질환 보장 재원 등으로 쓰겠다는 방침도 문제다. 당장 흑자가 났다고 보장범위부터 늘리면 곤란하다. 선심성 정책은 시간을 두고 건보료 인상 폭탄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그래서 건보 흑자를 축하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