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일어나!" 사지 마비된 아내 지키는 남편의 순애보

입력 2013-12-03 11:10

결혼 20주년 기념일에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척수염에 걸려 사지가 마비된 아내, 그리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아내 곁을 지키며 간병하고 있는 남편.
이 기 막힌 운명의 주인공은 바로 남편 김재식씨와 아내 안정숙씨이다.

아내 안씨는 6년 전 다발성경화증이라 불리는 희소난치병에 걸려 목을 빼곤 손가락 끝도 꿈틀대지 못할 만큼 사지가 마비되고 폐 한쪽과 눈 한쪽마저 모두 잃고 말았다. 대소변 신경도 마비돼 남편 김씨에게 온전히 몸을 맡긴 채 몇 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지만 아내의 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병원을 드나드는 사이, 아내는 심한 약 부작용으로 환각과 환청, 우울증에 빠졌으며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영리하고 꿈 많던 두 아들과 전국대회를 휩쓸던 양궁신동 막내딸의 꿈도 좌절됐고 호젓한 전원생활을 꿈꾸던 김씨는 결국 직장까지 그만두고 갑갑한 병실에서 하루 종일 병수발에만 매달려야 했다.

오랜 전신마비 침상 생활의 후유증으로 아내는 심한 기립성저혈압에 걸려 30분도 등받이가 없이는 버티지 못하며 남편의 도움 없이는 하루에 3시간 이상 떨어져 있을 수도 없다.

이 절망스러운 현실을 견디기가 힘들어 영동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핸들을 틀어 모든 고통을 끝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를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다.

“힘들 때마다 주문을 외우듯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오늘 하루만 버텨내자!’ 다짐하며 살다보니 스스로 하루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각인되었다”며 “나는 오늘도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다. 그래서 내일이면 못 만질지도 모르는 아내의 뺨을 만져 보고, 등짝도 주물러 보고, 아픈 다리를 무 같다고 놀리면서도 어루만진다”는 김씨의 말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6년간 아내 곁을 지키며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애틋한 심정과 감동적인 일화를 틈날 때 마다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기록해왔던 김재식씨는 그동안의 간병일기를 엮어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라는 제목의 책을 12월 중순 발간할 예정이다.

돈 한 푼 없이 수술을 포기하고 있었을 때 처음으로 성금을 보내주었던 생면부지의 난치병 환자들의 모임에서부터 자신이 모든 의료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도 확률 50퍼센트의 약물치료를 허락한 선한 의사, 최소한의 생계비만을 월급으로 받으며 아이들의 집과 수차례의 치료비를 지원해 준 봉사단체의 간사 등 이들 부부의 삶을 기적으로 만든 선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12월 연말을 따뜻하게 적셔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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