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2년째 대규모 흑자…세가지 이유는

입력 2013-12-02 21:00
수정 2013-12-03 06:14
인사이드 Story

(1) 약가 내리고 (2) 황사 안오고 (3) 병원 안가고

2013년 2조8000억 흑자…예상보다 1조 늘듯
불황에 "아파도 참자"…진료비 증가율 뚝


[ 김용준 / 김형호 기자 ]
2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보험의 최대 화두는 적자였다. 정부도 2011년 “이대로 가면 건강보험 적자가 매년 늘어 2015년이면 적자 규모가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령화로 노인 환자가 급증할 경우 건보 재정이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건강보험 흑자가 당초 예상보다 1조원이나 더 많은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적자가 예상됐던 3분기마저 흑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흑자폭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 같은 반전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보 흑자를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지난해 시행된 약가 인하 조치다. 정부는 작년 4월 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절반가량인 6000개의 약값을 한꺼번에 14% 인하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등재의약품의 재정비를 통한 보험적용 제외,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난 의약품 가격을 10%까지 추가로 낮출 수 있는 ‘사용량약가연동제’ 등 약가 인하 상시시스템을 통해 가격 인하를 지속적으로 유도해왔다. 물론 이에 대한 제약업계의 불만은 상당하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어마어마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약가 인하 등을 통해 제약사가 2조원 이상의 부담을 떠안았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은 지난해 전년 대비 7.5% 역신장하는 후폭풍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약가 인하 효과는 전체가 1조7000억원이며 일부는 국민이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건보 재정에 미친 효과는 1조3000억원쯤 된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 외에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또 다른 요인은 최근 2년간 황사와 신종플루 등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보 관계자는 “황사 피해가 심할 때는 호흡기 질환 확산으로 연간 5000억원 정도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황사 관측일수가 15일이었던 2010년의 경우 전체 진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크게 높아지고 건보 재정도 무려 1조29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서울의 황사 관측일수는 각각 1회와 3회에 그쳤다. 2009년과 2010년 발생한 신종플루도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건보는 보고 있다. 신종플루가 급속히 번진 2009년 급성감염 환자는 10만명당 1502명을 기록했다. 이후 2010년 192명, 2011년 114명, 2012년 101명으로 줄었다.

또 다른 요인은 경기침체다. 2009년과 2010년 10%가 넘던 진료비 증가율(전년 대비)은 작년과 올 상반기 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 1인당 월평균 병원과 약국을 찾은 횟수도 2010년 1.57일에서 작년과 올해 1.6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문광자 건보 재정관리 부장은 “낮은 소득증가율과 높은 가계부채로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건보 재정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신 부원장은 “최근 몇 년 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전체적인 국민 건강 상태가 좋아진 것도 진료비 증가율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준/김형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