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올더니, 주화발행 추진
[ 노경목 기자 ]
온라인에서만 유통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현실 세계에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자치령인 올더니가 영국 조폐국과 비트코인 500파운드어치(약 86만원)를 동전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행이 이뤄지면 이용자들은 영국 조폐국에서 비트코인 주화를 구입해 올더니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올더니 상인들이 비트코인을 받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섬 안에 있는 환전소를 이용해 당일 비트코인 가치를 기준으로 파운드화로 환전할 수 있다.
도버해협 채널제도에 속한 섬인 올더니는 1900명이 거주하는 길이 4.8㎞의 작은 섬이지만 독자적인 행정권과 사법체계를 갖고 있다. 몇몇 거래업체들이 비트코인 주화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관련 통화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더니 자치정부는 비트코인 주화 발행을 통해 거래 규모가 팽창하고 있는 가상화폐 결제의 주도권을 쥔다는 계획이다. FT는 “비트코인이 실제 통화로 발행되기 시작하면 올더니는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가 흘러드는 종착지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벗어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비트코인에도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주화 발행까지는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10명으로 구성된 올더니 자치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조폐국을 감독하는 영국 재무부의 승인도 필요하다. 영국 조폐국 관계자는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 지난달 29일 도쿄 마운트곡스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은 1242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