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담아 '찰칵'…카메라 앵글에 장애는 없다

입력 2013-12-01 21:25
수정 2013-12-02 04:48
내일 세계 장애인의 날

줌인 '와라' 줌아웃 '가라'
쉽게 설명하니 잘 따라와
장애인 2년 노력, 전시회로


[ 홍선표 기자 ] 유엔이 정한 21회 ‘세계 장애인의 날’(3일)을 사흘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대치2동에 있는 강남구민회관 1층 갤러리에서는 ‘소울 포토’라는 타이틀을 내건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낯선 이들과 한마디 대화조차 꺼려하는 다운증후군 장애인과 지체장애인 15명이 세상과의 힘겨운 소통을 위해 2년간 공들여 준비한 사진전이다. 행사장에는 묵직한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건 전시회 주인공 10여명이 전시장을 누비며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다. 전시회는 오는 5일까지다.

2개월 전 한국을 찾아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있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테드 웅크(26)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네덜란드에서도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의 사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에게도 카메라를 들려주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그는 “카메라 앵글로 바깥 세상을 담아내는 작업은 장애인들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알을 깨는 과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차 찾은 기자의 손을 잡고 지난 10월 창덕궁에서 찍은 사진 앞으로 이끈 김도윤 군(19·다운증후군)은 “해님에 비친 궁궐이 예뻐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구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보호작업장에서 원예와 간단한 조립작업을 하며 생활하는 조혜연 씨(27·다운증후군)는 “책에서 봤던 것 같은 예술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사진전은 상명대 평생학습원에서 예술치유 전문업체인 럭스 비주얼 김문정 대표의 강의를 들은 학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 사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럭스 비주얼 사진교육연구소와 다운증후군 장애인 전문시설인 공릉동의 다운복지관은 지난해 3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장애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쳤다. 복지관 강의실에서 기본이론을 배운 이들은 창덕궁 서울대공원 등에서 사진을 찍으며 실력을 키워 왔다.

줌인은 ‘와라 와라’로, 줌아웃은 ‘가라 가라’로 사진촬영 기법을 쉽게 풀어 설명한 덕에 지금은 카메라를 잡는 손놀림이나 순간 포착능력이 대학교 사진학과 1학년생 수준까지 올랐다. 사진 교육을 맡고 있는 오윤영 강사는 “삼각형을 찍어오라고 과제를 주면 회전문이 멈추는 짧은 순간을 담아오는 등 학생들의 시선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진전 작가’들은 유독 한 사진 앞에서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다운증후군 환자 류기철 씨가 손가락을 쫙 편 왼손 바닥으로 태양을 가린 사진이다. 마흔 살이 넘어 처음 접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던 류씨는 복지관 강사들의 카메라를 빌려 매주 교육에 참가했다. 오 강사는 “기철씨는 아버지, 형님과 함께 찍은 색바랜 흑백 사진을 항상 비닐 봉투에 넣어 갖고 다녔다”며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그 사진을 수업시간에 꺼내 보였을 때 기철씨가 세상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윤정민 양(18·다운증후군)의 어머니 박선미 씨(49)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평균 수명이 40세라지만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하면 10년, 20년은 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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