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상됐던 공공노조의 저항, 정부는 각오 돼 있나

입력 2013-11-29 21:36
수정 2013-11-30 09:20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연대한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가 엊그제 현오석 부총리를 만나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 철회와 단체협약 개입 중단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개혁안을 전면 철회하라는 주장이다. 국민감사 청구, 국회 국정조사를 요청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충분히 예상된 반발이다.

공공노조는 먼저 부채증가가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상했던 바다. 본란이 거듭 지적했듯이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구습과 잘못된 관행부터 뜯어고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기업의 부실과 여타 공공기관의 비효율이 정책실패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다. 공기업의 부실은 정책실패를 방패막이 삼아 사익 추구에 몰입한 노사가 공동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개혁이 논의되는 시기에 낡은 방패를 또 꺼내들고 있는 꼴이다.

더구나 예산편성 지침도, 단체협약 개정도 안 된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예산편성이나 기관 평가·제재는 정부의 의무이며 주주권 행사다. 이를 거부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국민의 비용으로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겠다는 무모한 시도다. 이런 잘못된 시도들을 찾아내 바로잡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공공노조가 재빨리 행동에 나선 것도 바로 그 구린 구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탐색전 단계지만 개혁안이 나오면 어떻게든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국회를 등에 업고 나올 것도 예상된다. 정부는 총파업 등 더한 반발까지도 예상해 두는 게 좋다. 석탄노조와 싸우기 전에 석탄부터 비축해 두었던 영국 대처의 투쟁과정을 공부해놓는 것도, 노조 파업으로 쓰레기가 쌓여갔던 런던이 1970년대 말 당시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도 미리 연구해두자. 지금 투쟁의지를 다져야 할 곳은 공공노조가 아니라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