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투쟁·국회 보이콧에도 '빈손'…전략 부재·민생 외면 '뭇매'
민주, 지도부 책임론 봇물…의총서 '투톱'에 전권 일임
선택여지 없어 '출구' 고심
[ 손성태 기자 ]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대표)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한 데 대한 항의로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그가 ‘대표직’을 배수진으로 삼은 것은 처음이다.
김 대표는 “임명동의안 날치기 처리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 정신을 부정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강조했다. “국민께 송구한 줄 알면서도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길(국회 의사일정 중단)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강경발언으로 정기국회 회기(12월9일까지)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새해 예산안과 법안 심의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대표가 대여(對與) 선전포고를 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시간도,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는 게 고민이다. 김 대표가 제안한 4인협의체는 새누리당에 거부당했다. 감사원장 인준안도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김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투톱’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김 대표가 “모든 게 제 책임”이라며 당내 반발 기류를 일단 잠재웠지만 의총에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당의 판단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보이콧을 연장할지, 예산입법투쟁으로 선회할지 등 결정권을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와 전 원내대표는 주말 구상 후 다음달 2일 정책의총에서 투쟁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날 보이콧 연장을 암시하는 발언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지금이 결판 내야 할 시점으로, 독한 마음을 먹고 가자”고 강조했다고 한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그렇지만 보이콧을 장기화할 경우 예산안과 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비판 여론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투쟁과 국회 일정 참여를 병행하면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부닥치게 된다.
한편 민주당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무제한 토론 요구를 거부한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해 국회법 위반이라며 다음달 2일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