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
1990년대의 잔잔한 일상을 그린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지상파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응사’는 1994년 서울 신촌 하숙집을 배경으로 94학번 새내기들의 하루하루를 그린 드라마다. 첫 방송 평균 시청률 2.6%(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시작으로 지난 22일 방송된 11화는 평균 시청률 9.3%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시청률도 10%를 넘어섰다. 지상파 드라마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수치로 드러나는 성적만이 이 드라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시청률을 핑계로 출생의 비밀이나 배우자의 외도, 재벌과의 로맨스 등 온갖 자극적 소재를 택하는 지상파 드라마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응사’는 오늘날 지상파 드라마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응사’의 주된 스토리는 연세대 94학번 성나정(고아라)의 남편 찾기다. 쓰레기(정우), 칠봉(유연석)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이 남편 후보로 지목된 가운데 시청자들은 ‘나정의 남편 찾기’에 열을 올리며 매회 방송이 끝나면 인터넷 게시판에 나름의 추리를 바탕으로 한 의견을 내세우기 바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큰 줄기의 스토리라인이 시청자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이끌어냈다.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스토리라인 주변부를 빼곡하게 채우는 평범한 94학번 대학생들의 일상 속 디테일한 요소들에서 비롯된다.
‘응사’는 여느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첫사랑, 동기·선후배 간의 우정을 비롯해 삼천포(김성균·사진) 등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이 낯선 서울에 적응하는 모습 등으로 꽉 차 있다. 제작진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택한 대신 디테일한 표현에 집중했다. 비퍼(무선호출기·일명 삐삐), 당시 인기 서적과 음반 드라마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하숙집 가구 패브릭 등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써 1990년대를 그대로 재현했고, 외적 요소를 바탕으로 1990년대를 살았던 새내기들의 서툴지만 풋풋한 감성을 고스란히 심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자극적인 눈요깃거리 없이 오로지 공감과 향수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2013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며 “그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응사’를 보며 공감을 할 수 있고, 인물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 디테일한 묘사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더라도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일들이어서 시청자들과 소통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갖 자극적 소재를 버무려 놓고 ‘막장’이라는 비판이 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야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게으른 변명을 늘어놓는 지상파 드라마 담당자들은 요즘 ‘응사’의 승승장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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