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선두에 선 '금융주치의'…대신증권 재도약 카운트다운

입력 2013-11-29 07:08
Cover Story - 대신증권

우수 영업직원 152명 선발…자산운용 특별 교육 실시
투자전략부 확대 개편…글로벌 상품 리스트 제공…점포 대형화로 원스톱 서비스
증권업계 고전에도 고객 예탁자산 38% 늘어


[ 강지연 기자 ]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대강당. 토요일 아침인데도 100여명의 직원들이 강당을 빼곡히 메웠다. 리서치센터와 투자컨설팅부에서 실시하는 ‘로직 앤드 뷰(Logic & View) 콘퍼런스’를 듣기 위해 모인 ‘금융 주치의’들이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최근 다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동향과 그에 대처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롱쇼트펀드’의 운용전략 등에 대한 강의가 이뤄졌다. 오후 4시까지 계속된 일정에도 참석자들 사이에선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김은아 강남선릉센터 부지점장은 “요즘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며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부터 향후 전망까지 깊이 있는 분석을 하지 않으면 대응이 힘든데, 콘퍼런스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나면 고객들에게 좀 더 나은 자산 운용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주치의’는 대신증권이 2010년 야심차게 선보인 자산 기반 금융컨설팅 서비스의 브랜드 이름이다. ‘투자자들이 재무적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투자는 물론 자산 관리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게 목표다. 올초 이어룡 대신그룹 회장이 직원들에게 제시한 미션도 “파이낸셜 헬스(금융건강) 파트너로서 고객들의 건강한 투자를 위한 동반자로 성장하라”는 것이었다.

대신증권은 ‘금융주치의’를 중심으로 한 자산 기반 영업으로 ‘명가(名家)’의 재건을 꿈꾸고 있다. 국내 증권산업의 태동기였던 1980~1990년대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증권회사로 도약했던 경쟁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겠다는 포부다. 증권업계가 수많은 금융위기를 거쳐온 지난 반세기 동안 독립 증권사로 업계 상위 입지를 지켜온 저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대신증권은 9월 말 현재 자기자본 기준 금융투자업계 8위(1조6118억원)다. 1975년 출범 당시 5억원에 불과했던 자본금 규모는 1989년 5652억원으로 불어나 업계 5위권으로 올라섰다. 이후 몇 번의 부침이 있었지만 한번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본 적이 없다. 과거 5대 증권사로 꼽혔던 대형사 가운데 주인이 바뀌지 않고 살아남은 증권사는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대신증권이 부활의 발판으로 삼은 ‘금융주치의’ 시스템은 올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3년간은 브랜드 이름에 머물렀지만, 올해부터는 영업직원들 중 뛰어난 인재들을 골라 특화된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6개 지역본부의 영업직원들 중 고객 예탁자산 및 영업실적이 상위 20%에 속하는 152명을 선발해 ‘금융주치의’ 자격을 부여했다. 이들에게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금융상품 영업, 자산관리 등 최고 수준의 금융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로직 앤드 뷰 콘퍼런스’도 이 같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금융주치의’들만을 대상으로 여는 이 콘퍼런스에서 강조하는 것은 해외 금융자산과 상품을 포함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이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은 올 9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글로벌마켓전략실’이다. 리서치센터 내 있던 기존의 투자전략부를 대폭 확대 개편한 글로벌마켓전략실은 14명의 애널리스트들이 권역별로 나눠 해외 각국의 경제 상황을 심층 분석해 글로벌 자산전략을 짜는 기능을 수행한다.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리서치를 강화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별도 조직을 두고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접근하는 곳은 대신증권뿐이다.

주명호 대신증권 투자컨설팅부장은 “글로벌마켓전략실을 주축으로 해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와 그에 맞는 상품 리스트까지 금융주치의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콘퍼런스의 최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마켓전략실과 투자컨설팅부, 상품전략 관련 부서로 이뤄진 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매달 글로벌 시장 동향을 분석한 뒤 자산별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상품판매 전략을 짠다.

자산 기반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점포 대형화도 진행 중이다. 2011년 금융주치의센터 1호점인 강남선릉센터를 시작으로 지난해엔 강남역삼센터 광명센터가 문을 열었다. 올 3월 개점한 ‘압구정 멀티플렉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증권과 저축은행을 한곳에 모은 금융복합점포다. 이곳에서는 증권 상담 업무뿐 아니라 대신저축은행의 소매금융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신증권이 추구하는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를 현실화한 공간이다.

이 같은 전략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증시 침체에 따른 고객 이탈로 고전하던 지난해와 올해 대신증권의 고객 예탁자산은 오히려 38% 늘었다. 2011년 말 23조8375억원이었던 예탁자산 잔액은 현재 32조9882억원이다.

이 중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1조7019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43% 불어났다. 계좌 수는 48만개로 2011년 말(30만개) 대비 60% 증가했다. 주요 10개 증권사 중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