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대신증권
[ 강지연 기자 ] 올해로 창립 51주년을 맞은 대신증권의 전신은 1962년 설립된 중보증권(옛 삼락증권)이다.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이 1975년 인수한 뒤 회사이름을 바꿨고, 그해 10월 증권업계 최초로 한국거래소(옛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1980년대 증시 활황으로 자산을 불린 뒤 대우·동서·쌍용(현 신한금융투자)·LG(현 우리투자증권)증권 등과 함께 국내 5대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 대부분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1999년 대우그룹 사태 등 몇 차례의 위기를 거치면서 문을 닫거나 은행 등에 매각됐다.
○위기 때마다 성장하는 ‘금융전문그룹’
대신증권을 중심으로 한 대신금융그룹은 대기업이나 은행 등의 지원을 받지 않는 유일한 증권 전업 금융그룹이다.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금융투자업계에서 독립계 증권회사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뛰어난 ‘리스크 관리 능력’ 덕분이다. 대신증권은 IMF 구제금융 당시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선제적인 방어전략으로 무차입경영을 고수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엔 부실화가 우려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신용보강계약을 체결해 다른 증권사들이 파생거래에서 손실을 볼 때 오히려 수익을 내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위기 때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고전하던 2011년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등 3개 저축은행을 동시에 인수하는 강수(强手)를 둔 것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지난해엔 투자자문 업계 5위였던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지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한 장기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믿음’ 중시하는 끈끈한 조직문화
대신증권은 꾸준한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왔지만, 대형화 과정에서 공격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다른 증권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오히려 장수(長壽)기업들이 갖는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철학이나 안정성 등이 더 부각된다. 때문에 업계 내에서도 대신증권은 입지에 비해 그다지 ‘튀는’ 증권사가 아니다.
반세기 동안 꾸준히 업계 상위권 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믿음’을 중시하는 대신증권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들 수 있다.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이 직접 만든 ‘큰 대(大) 믿을 신(信)’ 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은 대신증권이 중시하는 기업가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지난해 ‘선택과 집중’전략에 따라 점포 대형화에 나섰지만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가능한 한 하지 않았다. 때문에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9월 말 기준 10년5개월로 상위 10개 증권사들 중 가장 길다. 9월 말 현재 대신증권의 지점 수는 84개로 작년 말 대비 20% 줄었고, 직원 수는 91명 줄어든 2274명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