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이 세계 명차들의 기술력을 뽐내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풀옵션을 선호하는 한국인 취향을 반영해 자동차업계 최상의 기술력이 한국 시장에서 속속 선보이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최고급형) 세단에 주로 장착되는 첨단 편의장치의 진화도 가속도가 붙었다.
○ 프리미엄 브랜드들, 한국서 인정받자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27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의 발표회 참석차 방한한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의 말이다.
이날 그는 "한국 고객은 까다롭고 정보통신(IT) 기술 활용에 발전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세계 시장을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벤츠 회장 외에도 한국을 찾는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들은 한결 같이 한국인의 눈 높이가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편의 장치라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벤츠의 신형 S클래스엔 다임러의 최신 기술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지 않아도 차선을 따라 자동으로 주행하는 '디스트로닉 플러스' 장치와 교차로 양쪽에서 차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해 충돌 위험이 있으면 속도를 줄여주는 'BAS 플러스' 등 첨단 안전장치를 탑재했다.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새 기술이 장착된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적극 투입하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의 고급 옵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풀옵션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소비자 성향 탓에 한국에서 성공하면 외국에서도 성공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한국이 전세계 시장에서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일종의 게이트(시장 진입)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형 제네시스, 독일 고급차 맞써 국산 최고 기술로 승부
현대자동차도 신형 제네시스를 투입시켜 신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26일 공식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엔 현대차가 유럽 고급 세단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만큼 신기술을 대거 탑재했다.
보행자 충돌 시 후드를 들어올려 보행자의 머리 상해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은 현대차가 처음 선보인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구역을 지날 땐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도 첫 선을 보였다.
또 차량 실내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파악해 실내공간을 쾌적하게 유지시켜 주는 '스마트 공조시스템'이나 승·하차시 도어를 완전히 닫지 않아도 스스로 도어를 닫아주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 등도 신기술에 속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산차 최초로 선보이는 신기술도 있으며 에쿠스에 장착되던 기술 중 일부는 업그레이드 돼 신형 제네시스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첨단 신기술 트렌드는 '안전'
최근 업체들이 선보이는 첨단 기술의 추세는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 장치를 강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벤츠 BMW 등 독일차 업체들이 신기술 경쟁에 불을 당기고 있다.
S클래스와 경쟁하는 BMW의 최고급 세단 7시리즈에는 운전자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길 운전시 보행자 인식기술인 '나이트 비전' 기능을 갖췄다. 앞부분 그릴에 내장된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 헤드라이트가 미치지 못하는 전방 300m 거리의 사물까지도 포착이 가능하다. 만일 도로변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발견되면 전방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서 고행사도 아이콘이 반짝거리며 경고 신호를 보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첨단 기술 분야는 사고 위험을 방지하는 안전에 집중될 것"이라며 "볼보가 처음 선보였던 보행자 추돌방지 기술과 자동 브레이크 장치 등은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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