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부과하더라도 항소 땐 '장기전' 부담
공정위, 실무자 반대에도 전원회의서 수용 결정
네이버·다음, 3개월내 자진시정안 제출해야
[ 김주완/김보영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네이버와 다음에 대해 동의의결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법적 제재’보다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징금을 부과해도 포털 사업자가 법원에 항소하면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피해 구제가 늦어질 수 있는 데다 최악의 경우 무죄 판결이 나면 공정위도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격론 끝 동의의결제 적용
이날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동의의결제를 적용하기엔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포털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업계 1위 네이버가 검색과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판단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또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하고 자회사를 부당지원한 정황도 포착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들 사업자에 대한 수백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다음이 찾아낸 ‘회생의 카드’는 동의의결 신청이었다. 두 회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제출한 동의의결 신청서에서 검색과 광고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점, 자사 유료 서비스 중심의 검색 결과 제공, 광고 대행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의심혐의 등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공정위 실무진의 분위기는 부정적이었다. 시장감시국의 김재중 국장은 이날 전원회의에서 “이번 사안은 동의의결제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도 포털업체들의 동의의결 신청이 창조경제에 부합한다는 네이버 측의 변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3시간 이상 진행된 전원회의 후 곧바로 1시간가량 비공개 논의를 거쳐 동의의결제 적용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네이버와 다음의 자진 시정의지를 확인했고 이 방법이 시장 개선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 안에 시정방안 내야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됐지만 아직 포털 사업자에 대한 제재 절차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향후 최장 3개월 안에 실효성 있는 자진 시정방안(동의의결안)을 만들어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첫 1개월 안에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잠정안을 만들고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서면협의를 통해 최종 시정방안을 확정,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이 무난히 진행되면 포털 사업자는 최종적으로 법적 제재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공정위는 동의의결을 취소하고 법적 제재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
한편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네이버와 다음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급변하는 시장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라며 “공정위와 협의해 시장 경쟁 질서 개선과 이용자 후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번 결정으로 기업이 사회적 타협을 통해 스스로 피해를 보상하고 구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 동의의결제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피해 구제, 시장 원상회복 등에 대해 타당성 있는 시정 방안을 제안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
세종=김주완/김보영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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