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제단 선동에 흔들리는 안보

입력 2013-11-27 21:34
수정 2013-11-28 05:17
"시국미사로 포장된 정치 활동
추슬러야 할 국론 흩뜨려놓고
또 다른 도발 빌미 줘선 안돼"

박수근 < 한국군사문제硏 연구위원前국군정보사령관 star503517@hanmail.net >


북한의 김정은 3대 세습이 굳어져 가던 2010년 11월23일, 평화롭던 연평도는 북한이 발사한 170여발의 포탄으로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가 대규모 군사공격을 받은 사건이다. 군사기지와 민간인 거주지역을 구분하지 않은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에 해병대 병사 두 명이 전사했고, 민간인 사망자 두 명을 포함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쟁 같은 아픈 기억이다.

희생 병사들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적 각오를 다지는 연평도 포격 3주기 기념행사가 열리던 바로 그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일부 사제들의 망언으로 우리 국민은 연평도 포격도발 때보다 더 아픈 상처를 입었다. 일부 사제들은 국민의 선택으로 이뤄진 대선 결과도 부정했다. 그들에게 우리 국민의 수준과 능력은 무엇이며, 그들은 무슨 권리로 국민을 우롱하는가. 휴전협정 이후 60년 넘게 국군장병들이 목숨 바쳐 사수해온 북방한계선(NLL)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미가 NLL에서 훈련하는데 북한이 쏴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북한에 연평도 포격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그들의 조국은 어디란 말인가. “북한이 어뢰를 쏴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주장 뒤엔 어떤 노림수가 숨어 있을까. “노동자, 농민을 잘살게 해주자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있다”며 국민을 이간질하는 저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북한은 지금 각종 단체를 내세워 대남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남한에서의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북한의 움직임이 노골적이다. 급기야는 연평도 포격 3주기를 하루 앞두고 청와대 불바다 위협론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 10월 국가정보원 북한 동향에 의하면 김정은은 “3년 내 무력통일”을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최근 국방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언제든 준비돼 있는 상황’으로 판단했고, 영변 원자로도 재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설익은 논리에 국가 운명이 달린 안보논리가 묻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는 근거 없는 주장에 국론이 갈라졌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괴담 선동에서 비롯된 촛불시위로 나라 전체가 마비됐다. 반미감정은 극에 달했고, 국민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두 동강 난 국론은 치유되지 못하고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북한은 그런 국론분열의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 이듬해인 2009년 4월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5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추모기간에 2차 핵실험을 감행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이듬해인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을 폭침하고, 11월23일 천안함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젊은 군인과 무고한 민간인까지 생명을 잃고, 삶의 터전은 처참하게 파괴됐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정쟁과 국론분열의 격랑에 휘말려 난파 직전의 상황에 비유된다. 지금이야말로 두 동강 난 국론을 치유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화합에 앞장서야 할 성직자들이 되레 정치적 선동을 서슴지 않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천주교 지도자들도 이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종교인들은 정치활동을 멈추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복음전파에 힘쓰는 것이 국민을 위한 종교인의 본래 역할이다.

오늘 우리는 도를 넘어선 종교계 일각의 뒤틀린 국가관 앞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국론이 분열될 때 북한에 또 다른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수근 < 한국군사문제硏 연구위원前국군정보사령관 star503517@hanmail.net</a> >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