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황우여 리더십'에 불만 고조

입력 2013-11-26 21:36
수정 2013-11-27 03:51
특검·특위 논의 '4인협의체' 최고위원 회의서 "반대"

"특검 거부했어야" 지적 속 협상채널 거부 비판 우려
받을수도 안받을수도 '딜레마'…黃대표 "추가 논의해 결정"


[ 이정호 기자 ]
민주당이 제안한 ‘4인 협의체(새누리당·민주당 대표 및 원내대표)’ 수용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정국 돌파구 마련을 위해 여야 간 협상 테이블이 필요하다는 데는 일부 공감하고 있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등 야당이 요구하는 세부 의제는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강성 야당에 끌려다니는 황우여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당내 갈등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4인 협의체 구성에 대한 대응방침 등을 논의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황 대표와 가진 여야 대표회담에서 4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아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특위 △법안·예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개혁 문제를 논의할 3개 협상 단위를 동시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황 대표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 3~4일 내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참석자는 민주당이 요구한 4인 협의체가 결국 특검 도입을 위한 대(對)여당 압박 수단이라며 수용 불가 주장을 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특검은 정쟁을 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인 만큼 함부로 할 수 없다”며 “특검을 언젠가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 민주당이 자꾸 더 치고 나올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의는 별다른 의견 수렴 없이 끝났다.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 28일 이전까지 최종 입장을 확정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특검 도입 등 의제를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현재로선 민주당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협의체 자체를 반대할 경우 협상 채널을 걷어찼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고민이다.

이번 여야 회담을 계기로 황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4인 협의체 제안이라는 협상 카드를 민주당에 뺏기며 정국 주도권을 놓쳤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표 회담에서 특검 불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민주당 요구안을 그대로 들고 온 것 자체가 문제”라며 “새누리당이 특검 요구를 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 대표가 중심을 잡고 당내 이견을 좁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당내 비판에 대해 황 대표는 “18일 민주당에 제안한 대로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특검 도입 여부는 나중에 추가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당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추가 논의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