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박람회] 경력단절 3040여성 몰려…아내 면접 동안 남편은 자녀 돌봐

입력 2013-11-26 21:03
수정 2013-11-27 04:03
10개그룹 82개사 참여…4만명 구직 열기

삼성, 22개 직무 만들어 6000명 뽑아
취업준비 청년층 경쟁자 늘어 불만도


[ 강현우 / 유승호 / 윤정현 기자 ]
“일을 다시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박람회에 와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확인하고 여러 가지 정보도 얻었어요.”(37세 주부 김주미 씨)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고용할 수 있어 좋고 근로자는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장점입니다. 올해 채용 효과를 보고 앞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습니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고용노동부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연 ‘2013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정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람회에는 4만여명이 몰려 치열한 구직 경쟁을 벌였다.

○가족과 함께 나온 주부들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 10명 중 9명은 30~40대 여성일 정도로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화그룹 부스에서 만난 주부 권지영 씨(44)는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와 달리 고용이 보장되고 급여도 적정하게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과연 있을까 싶었는데 대기업이 한다니까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물론 자녀까지 온 가족이 엄마의 일자리 찾기에 나선 가족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들 둘을 데리고 아내의 한진그룹 면접을 기다리던 서모씨(43)는 “직접 와 봐야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과 경쟁하는지 알 수 있다고 아내를 설득해 박람회장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22개 시간제 직무 개발

박람회에는 10개 그룹 82개사가 150여개 직군에서 구직자를 맞았다. 6000명을 뽑는 삼성은 소프트웨어 개발·교육, 사회공헌, 시장조사 등 신설한 22개 시간선택제 직무를 삼성전자 18개, 삼성SDI 13개 등 기업별로 구분해 채용 설명을 진행했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행사장에 나와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고 급여나 복리후생도 근무 시간에 비례해 적정한 수준으로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부스에선 의류 상품 관리(신세계인터내셔날), 스타벅스 부점장 등이 주부들의 관심을 끌었다. CJ는 20대(뉴 파트타임 잡), 20~50대 여성(리턴십), 55세 이상(시니어리턴십) 등 연령과 성별로 특화된 시간제 일자리를 선보여 다양한 구직자들이 면접과 상담을 진행했다.

1944명을 채용할 예정인 롯데그룹의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장시간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유통업에 시간선택제 근로가 적합하다”며 “국가적으로도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일자리도 마련을”

경력 단절 여성과 함께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수요층인 베이비부머 가운데 일부는 적합한 직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출판업체에서 인사업무를 하다 은퇴한 서재기 씨(59)는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하려면 경력 단절 여성과 은퇴한 베이비부머를 분리해 맞춤형 박람회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제안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감도 감지됐다. 디자인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원모씨(27)는 “디자인 같은 전문 분야는 청년들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떤 사람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찾는지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날 박람회장 앞에서 시위를 벌여 “정부는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개선하지 않은 채 ‘저임금 알바 일자리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현우/유승호/윤정현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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