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장 세밀한 의사소통 '협력'

입력 2013-11-25 21:30
수정 2013-11-26 05:30
상대 인정치않고 소통·협력은 어려워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이 우선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 >


“한 사람의 희망은 꿈으로 끝나지만, 만명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한 상태지만 그 불완전한 개개인이 만나 협력할 때 이상은 실현된다는 의미다.

협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최고의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학교와 직장, 각종 소모임 등 협력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요구되는 공동 선행 과제, 그것이 바로 협력인 것이다.

이처럼 협력이 중요한 것은 협력은 가장 세밀한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짐을 함께 지고 싶어 하는 마음, 이웃의 처지에 공감하는 마음 이것이 곧 협력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도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고 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독주보다 합주가 어려운 것처럼 협력이라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협력이 되려면 먼저 상대방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경청이 절실하다. 많은 사람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협력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 협력은 소통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협력을 만들기 위해 소통이 필요하듯,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요구된다. 상대방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한 태도, 나 아닌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정이 기반을 이루지 않는다면 소통과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의사결정에 앞서 하트스토밍(heart storming)이 중요하다. 서로의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고 탐구하며 결론 맺는 머리의 공감이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이라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정을 기반으로 상대방에 대한 진실을 마음으로 느끼고 존중하며 함께 나누는 마음의 공감이 하트스토밍이다.

이성을 넘어 마음까지 공감하면 모든 일은 수월해진다. 공감하면 협력하게 돼 있고, 협력하다 보면 소통은 자연히 이뤄진다. 그리고 소통은 모든 막힌 것을 풀어가는 열쇠가 된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일들을 먼저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협력은 가장 세밀한 의사소통이다.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