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 소셜 채용 합격자 5인 '내게 소셜 리크루팅이란…'
이름·연락처만으로 지원
학교·어학 등 아무런 제약 없어…서류전형 탈락자도 '부활' 기회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라
가치관·경험·스토리 담아 어필…숨겨진 나를 찾는 퍼즐게임
[ 공태윤 기자 ]
‘스펙초월 소셜 리크루팅.’
올해 채용시장에 새롭게 도입된 채용프로그램이다. 서류전형-인·적성시험-면접 등 일반기업들의 전형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3~4주 동안 다양한 미션 수행을 통한 평가 결과만으로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는 채용 방식이다.
올해 공기업 중에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대졸 5명, 한국남동발전이 고졸 57명을 각각 뽑았다. 공무원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 한국공항공사도 채용을 진행 중이다. 민간 기업으로는 휴맥스가 다음달 초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다.
윤태성 중진공 인사교육팀 과장은 “소셜 리쿠르팅은 자칫하면 잃어버릴 수 있는 진주를 찾게 해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중진공이 소셜 리크루팅으로 뽑은 대졸 5명 중 3명은 일반 서류전형 탈락자였다. 서울 여의도 중진공 본사에서 소셜 리크루팅을 통해 신입사원으로 뽑힌 5명과 ‘나에게 소셜 리크루팅이란’이라는 주제로 잡토크를 가졌다.
○진의태(1986년생, 한신대 졸, 서울지역본부)=아버지께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도산하셨다. 거기서 자극을 받았다.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중진공 일반전형에도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소셜 리쿠르팅은 나에게 하나의 퍼즐게임이었다. 9개의 과제를 하나씩 풀 때마다 숨겨진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퍼즐이 완성됐을 때 온전한 내 모습을 알게 됐다. ‘나’에 대해 엄청 고민을 많이 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집중 투자했다.
이 과제를 다 풀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내년에 소셜 리크루팅에 도전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그동안 20여년간 쌓은 경험을 나름대로 미리 정리했으면 한다. 9개 과제 중 5개는 동영상, 4개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해 제출했다.
○이나영(1989년생, 경기대 졸, 경기지역본부)=시민단체 인턴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 관광 개발을 공부했는데, 학과 특성상 프로젝트 과제가 많았다. 소셜 리크루팅은 마치 나를 위해 만든 입사 프로그램 같았다.
기업이 젊은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소셜 과제를 수행하면서 그 화가 풀렸다.
소셜 리크루팅은 스펙과 상관없이 오직 자신을 돌아보고 표현할 수 있는 입사 프로그램이다. 3주간 과제수행 후 가장 큰 소득은 ‘이런 노력이라면 다른 어떤 회사에도 입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자신감에 중진공 사원이란 선물까지 받았다.
○손혜미(1991년생, 경상대 졸, 경북지역본부)=대학 2학년 때 중소기업 탐방보고서를 내는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것이 중소기업과의 첫 인연이었다.
대학시절 기업 서포터즈, 인도 뉴델리 빈민촌 아이들 교육봉사, 공모전, 인턴, ‘알바’ 등의 경험이 과제수행에 도움이 됐다. 부산역 앞에서 직접 만든 설문지를 돌리고 취합해 그 결과물로 과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소셜은 분량 제한 없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도구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장점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나의 미션이 주어지면 단순히 그 과제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기보다는 그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한 포부를 덧붙이면 좋을 것 같다.
돌아보면 소셜은 나에게 과거·현재·미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세상을 통해 지금의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줬고, 앞으로 중진공에서 나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준 최고의 입사 프로그램이었다.
○김영준(1984년생, 중앙대 졸, 대전지역본부)=아버지가 중소기업을 운영해 중소기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중소기업을 부흥시키고 싶어 중진공에 지원했다.
소셜 리크루팅은 이름과 연락처 외엔 어떤 스펙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름·연락처를 입력한 후 받은 ID로 3주간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학교·학점·어학 등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매주 미션을 수행하고 지원자 상호평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미션 수행 결과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3주간의 과제는 나의 생각, 가치관, 능력, 열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초등학교 때 왕따였는데, 차마 말하기 힘든 이런 아픔까지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내게 소셜 리쿠르팅은 가장 완벽한 서류전형이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나의 비전을 발견하게 됐다.
○조혜진(1990년생, 인하대 졸, 경남지역본부)=중진공의 우량기업 일자리 정보 사이트인 ‘스마일스토리지’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입사의 꿈을 키웠다.
소셜은 내게 흰 도화지 위의 보물지도와 같았다. 평소 생각하고 느낀 것을 메모하는 습관을 지녔기에 이 전형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동안 써놓은 나만의 메모장과 보물지도를 합친 느낌이었다. 과제를 수행하는 3주가 너무 재미있었다. 밤을 꼬박 새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란 나의 가치관을 일관되게 어필했다. 9개의 과제를 모두 수행하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중진공 소셜 리크루팅에서 9개 과제를 모두 수행한 지원자는 전체 2737명 중 267명뿐이었다) 여러분이 살아온 20여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장이 소셜 리크루팅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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