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동료·라이벌에 감사인사
약혼자엔 "오빠 사랑해" 울먹 박인비'올해의 선수상'수상연설 잔잔한 감동
[ 한은구 기자 ] 미국 LPGA투어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총상금 200만달러) 3라운드가 열린 24일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에서는 ‘골프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사진)의 연설이 화제가 됐다.
대회 중계방송사인 골프채널 해설진부터 박 선수의 우승 경쟁자들까지 이날 박인비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 연설에 찬사를 쏟아냈다. 박 선수의 연설은 주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헌사’로 이뤄져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까지 은인으로 캐디인 브래드 비처와 내년 가을 결혼 예정인 남기협 코치를 먼저 꼽았다. 6년 전 인연을 맺은 비처에 대해 박 선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코스 밖에서 불평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의 기량이 이렇게까지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약혼자에 대해선 “나를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영어를 못하는데도 나와 함께 외국을 다니는 결단을 했는데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나를 믿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이어 “사람들은 제 약혼자가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틀렸다”며 “운이 좋은 사람은 바로 나”라고 강조했다. “약혼자가 있었기에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어로 “오빠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며 끝내 울먹였다.
박 선수는 경쟁자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게도 “두 사람이 시즌 내내 나를 몰아붙여서 나도 이만큼 한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감정이 없다고 하고 심지어 ‘침묵의 암살자’라는 말도 한다”며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 감정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올해 마음 편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 선수의 연설에 루이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박 선수는 “한국 대표로 연설한다는 생각으로 연설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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