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엔低…이번엔 다르다?

입력 2013-11-22 21:13
엔화 달러당 100엔대…아베 정권 출범후 4번째

'옐런효과' 이후 지속…원·엔환율 5년 만에 최저


[ 도쿄=안재석 기자 ]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일 양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100엔대 환율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내내 달러당 101엔대를 유지했다. 엔·달러 환율이 101엔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7월10일 이후 약 4개월 반 만이다. 이날 원·엔 환율도 8원95전 내린 100엔당 1048.98원으로 5년2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고용통계 등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이 엔화 약세를 촉발한 원인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의외로 강하다’는 인식이 외환시장에 퍼진 것이다.

경기 회복이 양적완화 축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차단됐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 내정자가 지난 15일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회복되지만 출구전략은 당분간 없다’는 잠정결론이 내려지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옐런 효과’가 불거진 이후 줄곧 100엔대를 지속하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대우를 받는 엔화에 대한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엔화 가치가 100엔대에 접어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매번 ‘체류 기간’은 짧았다. 지난 5월 20일간 100엔대를 유지한 것이 가장 길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요즘의 외환시장 분위기는 과거 세 번의 100엔대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전했다. 미국발(發) 변수가 사라졌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엔화 매도세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엔저(低)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 정책의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