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만년필] 문화예술의 향기…몽블랑 만년필 속으로

입력 2013-11-22 06:58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1992년부터 시상식
2013년은 루도비코 스포르차 영예


[ 임현우 기자 ] 1906년 탄생해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몽블랑. 시계와 가죽 잡화로 영역을 넓혀 세계적인 ‘럭셔리 메종’(명품의 명가라는 뜻)으로 위상을 굳혔지만 브랜드 역사의 출발은 만년필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이기도 한 필기 문화가 몽블랑에는 곧 ‘철학’이자 ‘뿌리’인 이유다. 필기 문화를 중시하는 몽블랑의 정신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위대한 후원자에게 바친다

몽블랑은 현대 예술 후원자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제정, 1992년부터 세계 12개국에서 시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역사 속 위대한 예술 후원자들을 기리며 ‘문화예술 후원자상 펜’을 해마다 선보이고 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펜의 주인공은 1992년 ‘로렌조 드 메디치’를 시작으로 올해 ‘루도비코 스포르차’까지 총 22명. 역대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펜으로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근간을 마련하는 등 러시아를 유럽의 문화적 중심으로 변화시킨 예카테리나 2세, ‘모나리자’와 같은 훌륭한 예술 작품을 수집해 루브르박물관의 토대를 세운 프랑수아 1세, 성베드로 대성당을 재건하며 로마를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든 교황 율리우스 2세,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같은 문학가를 지원해 영국 문학의 부흥기를 이끌어 낸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며 전 세계에 기부 문화를 꽃피운 앤드루 카네기 등이 있다.

다빈치의 그 남자, 만년필 속으로

올해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펜을 통해 만난 인물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루도비코 스포르차(1452~1508·사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당대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밀라노의 공작이다. 스포르차는 기민한 통치자이자 야심있는 외교가였다. 그의 꿈은 밀라노를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정의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예술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갖고 있었던 그는 뛰어난 예술가를 전폭적으로 후원했고, 이는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과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같은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해내는 밑바탕이 됐다.

몽블랑이 만든 펜에는 그런 스포르차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 있다. 스포르차 가문이 통치하던 밀라노에서 기념비적 건물이었던 스포르차 성(Castello Sforzesco)의 독특한 원형 타워를 연상시킨다. 펜의 장식은 다빈치가 모나리자의 의상, 장신구와 스포르차 성 안에 있는 프레스코 벽화에 썼던 패턴을 그대로 가져왔다. 링에는 스포르차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은화인 테스톤(Testone)을 뜻하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 풍경 담아

스포르차를 기념하는 이 몽블랑 펜은 ‘4810 리미티드 에디션’(390만원)과 ‘888 리미티드 에디션’ (1200만원)두 종류로 나왔다. 숫자 그대로 각각 전 세계에 4810개, 888개만 내놓는 한정판이다.

4810 리미티드 에디션은 캡과 배럴에 검은색의 고급 래커 소재를 썼고, 다빈치의 복잡한 디자인을 담은 실버 장식을 더했다. 스터링 실버를 사용한 만년필 상단에는 이 브랜드의 상징인 ‘몽블랑 스타’가 장식돼 있다. 로듐을 도금한 솔리드 골드으로 제작한 펜촉에는 공작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888 리미티드 에디션은 캡과 배럴에 파란색 래커를 사용했고, 역시 다빈치의 패턴을 장식했다. 천장 프레스코화의 선명한 색감을 반영한 블루 래커는 솔리드 골드 장식과 멋진 대비를 이룬다. 펜 상단을 몽블랑 마크와 공작의 문장으로 장식해 스포르차 궁정의 웅장함을 잘 표현해냈다.

예술을 품은 몽블랑 만년필

몽블랑은 음악가와 여배우를 위한 한정판 필기구도 내놓고 있다. 1996년 처음 선보인 ‘음악가 에디션’은 음악 거장의 발자취를 기리는 동시에 판매수익 일부를 음악 관련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2005년 시작한 ‘디바 컬렉션(Diva Collection)’은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를 위한 한정판이다. 그레타 가르보, 마를레네 디트리히, 잉그리드 버그먼, 그레이스 켈리 등이 역대 주인공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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