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하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마디지수(라운드 넘버)'가 모두 깨졌다. 코스피는 1% 넘게 빠지며 장중 198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500선 아래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가 부각되면서 증시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고, 극도로 얇아진 수급층 때문에 그 영향력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46포인트(1.16%) 내린 1993.78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0.62% 떨어진 501.05로 5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지난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점진적인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장중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중국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50.9)보다 하락한 50.4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50.8에도 못 미쳤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 급락에 대해 "오늘 새벽 미국 증시에서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코스피의 전고점 돌파 시도가 무산되면서 매물 출회가 집중된 것 역시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인 이슈가 빌미를 제공했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자금의 지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급 공백이 국내 증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빠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금이 시장 지지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지수는 장중 외국인 수급에 따라 출렁거렸다. 이날은 외국인이 2000억 원 이상 순매도하자 지수 20~30포인트가 빠졌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반대로 외국인이 2000억 원 이상 순매수한 영향으로 지수가 20~30포인트가량 뛰었다.
임 연구원은 "전날 발표된 양적완화 축소 우려나 이날 장중 나온 중국 경제지표 부진이 빌미를 제공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급 층이 너무 얇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날 거래대금은 더욱 감소했다. 이날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3307억원으로, 전날보다 1조2969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방어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하면서 환율 등 대외변수와 수급 개선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수급 기반 약화된 국내 증시는 별다른 반등 없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관심을 가지지만 그보다 먼저 시장의 안정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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