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스포츠카 '레이스 '타보니
조용하고 역동적인 성능…로터리 컨트롤러로 내비 조작
20~30대 젊은 고객층도 겨냥…2014년 상반기까지 주문 밀려
[ 최진석 기자 ]
“신차 레이스는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스포츠카입니다.”
이철승 롤스로이스모터카서울 대표는 지난달 말 ‘레이스(Wraith·유령)’ 출시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고급 자동차로 꼽히는 영국 롤스로이스는 탑승자에게 최고의 안락함을 준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를 떠다니는 요트에 탄 것 같은 부드러움을 제공한다.
이런 롤스로이스가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필수적인 스포츠카를 만들었다는 말은 의아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플래그십(대표) 모델인 팬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롤스로이스는 뒷좌석 탑승객을 중심으로 차를 만들어왔다”며 “하지만 이후 출시된 고스트는 오너 드라이버를 고려해 개발돼 큰 성공을 거뒀으며 레이스는 보다 젊은 층을 겨냥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와 함께 영국의 최고급차로 꼽히는 벤틀리가 ‘달리기’에 초점을 맞춰 내놓은 ‘컨티넨탈 GT’가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한 것도 레이스 출시에 영향을 준 듯하다.
레이스는 롤스로이스의 세 번째 유령이다. 팬텀(Phantom)과 고스트(Ghost) 등 기존 차 이름도 모두 유령을 뜻한다.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차가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바로 옆에 나타나는 모습이 유령같다고 했고, 이런 이유로 유령이 차명이 됐다. 레이스라는 이름은 롤스로이스가 1959년 출시한 차종의 이름으로 54년 만에 부활했다.
레이스는 겉모습만 봐도 달리기에 집중한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고스트를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자세부터 다르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는 183㎜ 짧아졌고, 높이는 50㎜ 낮아졌으며 폭은 24㎜ 넓어졌다. 스포츠카 특유의 ‘로&와이드’ 방식을 레이스에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면 차량의 무게 중심이 낮아져 접지력이 높아진다.
레이스는 문이 두 개 달린 쿠페 모델이다. 루프(지붕)에서 트렁크 끝으로 떨어지는 라인도 유선형으로 날렵하다. 이를 전문용어로 ‘패스트백’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행성능을 향상시켜 준다. 문은 롤스로이스 전통대로 ‘코치도어(coach door)’ 방식을 적용했다. 도어 손잡이가 앞쪽에 있어 일반적인 승용차와 반대 방향으로 열린다.
쿠페지만 뒷좌석 공간이 널찍해 답답하지 않다. 실내가 고급스러운 것은 물론 첨단 기능도 대거 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앞좌석 중앙의 ‘환희의 여신상 로터리 컨트롤러(SOE 컨트롤러)’다.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조작하는 시스템으로 롤스로이스의 아이콘인 ‘환희의 여신상’이 컨트롤러 중앙에 새겨져 있다. 레이스에 처음 적용된 이 컨트롤러는 다이얼과 터치패드 방식을 채택했다. 다이얼을 돌려 사용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으로 컨트롤러 위에 한글이나 영어를 쓰면 이를 인식한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설정할 때 편리하다.
롤스로이스 엔진은 모두 6.6L 12기통이다. 하지만 레이스 엔진의 최고출력은 624마력으로 고스트(563마력)보다 61마력 세다. 이 때문에 2.4t에 이르는 차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4.6초밖에 안 걸린다. 또 서스펜션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 승차감과 접지력을 높였다. 급가속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으면 기어 변속을 늦추는 시스템도 탑재했다.
시동을 걸고 달려봤다. 역시 조용했다. 하지만 레이스는 롤스로이스 중에선 스포츠카다. 경쾌한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큰 차체를 어느 새 고속구간에 올려놓았다. 조용하지만 풀액셀(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을 할 때 밑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배기음은 일품이었다. 코너링에선 좌우가 흔들리는 롤 현상을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포르쉐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쏠림 없이 코너를 잘 공략해 나갔다.
레이스는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와는 성격이 다르다. 고성능이지만 우아하고 섬세하다. 롤스로이스 측은 20~30대 젊은 층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국내에서도 레이스를 주문한 20~30대 고객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안됐지만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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