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앵은 개성이 강한 차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톡톡 튄다. 그러면서도 디젤 엔진과 MCP(수동기반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연비까지 높으니 이래저래 매력 있는 차다. 국내에선 MCP가 변속할 때 꿀렁거리는 특성과 가격 대비 낮은 실내공간 만족도 등의 이유로 판매량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WRC(월드랠리챔피언십)를 좋아하는 모터스포츠 마니아 혹은 남들과 좀 더 다른 차를 타고 싶은 이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시트로앵은 포뮬러원(F1)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자동차 경주인 WRC에서 오랜 기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대회에서 습득한 노하우와 기술력은 고스란히 양산차로 흘러들어온다. 현대자동차도 내년부터 i20를 튜닝한 레이싱카로 이 대회에 출전한다.
유럽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WRC에서 활약하는 차가 바로 DS3를 기반으로 만든 레이싱카다. 시트로앵 DS3는 두 개의 문과 트렁크로 이뤄진 소형 해치백 모델이다.
이번에 시승한 DS3 카브리오는 오픈카다. 완벽한 의미의 오픈카는 아니다. 지붕에 직물 소재의 캔버스 루프가 달려 있어 뒷좌석 끝까지 열린다. 즉, 지붕과 차체를 잇는 뼈대는 그대로 있고 지붕만 활짝 열리는 것이다.
그래도 개방감은 확실하다. 바람이 덜 들이치고 고속에서 루프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둥글둥글하면서 또렷한 인상을 준다. 시트로앵 특유의 전면부 디자인이나 보디 및 지붕 색상이 서로 다른 투톤 컬러는 개성을 한껏 살려준다.
실내의 고광택 피아노 블랙 트림은 고급스럽다. 시트로앵은 실내 디자인 수준도 높다. 4인승이지만 뒷좌석은 좁다. 성인 남성이 타기엔 답답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차는 카브리오이기 때문에 기상 조건만 괜찮다면 루프를 열어 답답함을 없앨 수 있다.
최고 출력은 92마력으로 낮은 편이다. 1.6L 디젤 엔진이 탑재돼 있지만 연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3.5㎏·m라는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즐거운 주행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차체가 단단하고 핸들링이 즉각적이어서 운전을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코너링 실력도 발군이고 좁은 길을 요리조리 누비는 맛도 일품이다. 변속 때 꿀렁거림은 적응하기 힘들지만 이를 위해 스티어링휠에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다. 이걸로 운전자가 변속을 하면 꿀렁거림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연비는 아주 뛰어나다. 복합연비가 19㎞/L이고 연비 주행을 하면 20㎞/L를 훌쩍 넘긴다. “3000만원 초중반의 돈으로 현대차 그랜저 안 사고 이걸 왜 사?”라는 질문에 “내가 좋아하고 원하니까”라고 망설임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차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