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
“1963년식이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차?”
때 이른 초겨울 한파가 찾아왔던 지난 17일. 매서운 강바람까지 불었던 한강 잠원 지구에는 추위를 잊은 5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SK엔카 클래식카 페스티벌’에 모인 추억의 자동차들이다. 일반인이 소유하고 있는 클래식카를 출품해 전시하는 것은 업계에서 처음이라고 SK엔카 측은 설명했다.
출품된 25대의 차량 중 가장 오래된 모델은 1963년식 ‘피아트500’이었다. 차량 주인인 장준영 씨(31)가 이 차를 처음 본 것은 피아트 브랜드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다. 499㏄의 앙증맞은 체구가 도시를 활보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낀 그는 한국에 돌아와 수소문한 끝에 같은 차를 구입했다.
연식이 오래된 만큼 유지·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 부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수리 매뉴얼을 구해 공부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1주일에 한 번씩 차의 주행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장씨는 “차를 직접 고치고 타면서 더욱 애정을 느낀다”며 “오래된 차도 잘 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클래식카 소유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값비싼 외제차는 돈만 주면 탈 수 있지만 클래식카는 돈과 함께 열정도 있어야 탈 수 있다”며 “탈수록 새 차 같고 나만의 차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1984년식 포니 픽업트럭이 가장 오래된 연식을 뽐냈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타던 추억을 떠올려 5년 전에 구입했다는 게 차주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카라반을 장착한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1964), 포드 ‘머스탱 패스트백’(1970), 현대차 ‘스쿠프’(1990) 등 다양한 클래식카들이 전시됐다.
25대의 차량 중 사전 온라인 투표, 현장 투표, 전문가 평가 점수를 통합한 결과 최고의 클래식카로 미쓰오카 ‘라세드’(1992년식)가 선정됐다. 2등과 3등은 각각 메르세데스 벤츠 ‘280SL’(1963)과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카라반(1964)이 차지했다. 이른바 ‘포니 할배’로 불리는 현대차의 1984년식 ‘포니2’를 무료 시승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큰 엔진 소리 탓에 대화가 쉽지 않았고, 최고 시속은 95㎞에 불과했지만 시승한 사람들은 이색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