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한·중·일 삼국의 독서 취향은 확연히 구분된다. 중국인들은 문화나 자연과학 공학서적 등을 좋아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예술이나 실생활과 관련한 실용서적들을 찾는다. 철학이나 역사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장르다. 한국은 종교나 문학서적에 상대적으로 애착을 갖는다. 아동서적은 중국과 한국에서 모두 잘 팔린다.
종합적으로 독서강국 하면 일본이다. 성인 일본인의 평균 독서량은 연간 19권 정도다. 한국(9.9권)의 두 배다. 중국인들은 아직은 4권 정도에 머문다. 일본인이 책에 애착을 가진 것은 메이지유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신 이전에는 특권층에만 문자를 읽는 것이 허용됐다. 유신 이후 국민 교육이 보급되고 정부와 교육기관에서 독서를 크게 장려한 것이 주효했다.
아시아에서 출판산업이 가장 번성한 곳은 대만이다. 인구 2300만의 대만이 한 해 생산해 내는 책은 우리나라와 맞먹는다. 인구 1인당 출판건수가 17.8건(2010년)에 이른다. 중국(1.3건), 한국(8.7건), 일본(6.2건)을 압도한다. 대만의 출판이 많은 것은 중국 본토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출판건수에서 일본을 앞지르는 것은 일본어와 영어 등 외국어 서적의 번역서가 다수를 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출판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중국의 신간 출판건수는 약 21만건으로 연평균 5%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이 1%대 성장세에 그치고 있고 한국(2012년 기준 -2.4%)을 포함해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중국만 잘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육 관련 서적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배나 늘었다고 한다. 저출산 시대 중국의 교육 열기가 도서 구입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책을 구입하는 데 쓰는 비용으로만 보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민독서촉진조례까지 만들었다. 공자탄신일인 9월28일을 국민독서의 날로 정하고 정부가 독서기금을 만들어 우수 서적을 널리 배포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16세기 유럽의 유대인들이 만들었던 독서강제법안을 본떴다는 소리도 들린다. 어떻든 중국인이 독서에 제대로 맛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독서는 누가 뭐래도 지식이며 문화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화 소리도 꽤 조용해진 것 같다. 이러다간 한국인이 가장 책을 안 읽는 국민이 될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