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망한줄 알았더니 … 한·일 전자기업 실적 엇갈려

입력 2013-11-20 14:42
수정 2013-11-20 16:41
[ 권민경 기자 ]

올 4분기 한·일 주요 전자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전자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일본 기업들은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 파나소닉·소니 '구조조정' 통해 위기 극복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일본 주요 전자기업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며 "4분기 실적 모멘텀은 한국 기업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전자기업의 경우 4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할 것" 이라며 "단기적으로 아시아 전자기업 중 한국보다 일본 기업들이 더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과 관련해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한 엔화 약세 때문만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 조정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파나소닉은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주력인 PDP TV를 포기하고 승산없는 휴대폰 사업부도 과감히 정리했다. 대신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옮겼다. 파나소닉은 2017년까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20억 개의 리튬 이온 전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파나소닉은 지난 분기에 615억 엔의 순이익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순이익도 당초 목표치인 500억 엔보다 두 배 늘어난 1000억 엔으로 올려잡았다.


일본 전자업계 '맏형'격인 소니는 TV를 포함한 가전사업과 스마트폰에 집중해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PC와 카메라에서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TV도 연간으로 흑자가 가능한 수준까지 수익성이 개선됐다.

생산공장을 매각하거나 감축하는 등 정리에 나선 샤프도 올 상반기 338억 엔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로 돌아섰다. 파나소닉과 소니 주가는 11월 현재 지난해보다 각각 158%, 133% 급등했다. 샤프는 72% 상승했다.

노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엔화 약세를 시장점유율 확대에 사용하기엔 주력 제품인 PC, TV, 카메라 등의 수요가 너무 위축돼 있다" 며 "이보다(엔화 약세)는 시장 선택과 제품 집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즈호 리서치의 스기우라 테츠로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비용 감축에 나선 기업들의 순익이 급증했다" 며 "그동안 일본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부실사업 정리나 인력감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하이닉스·LG전자 단기 실적 부진 예상

국내 전자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발생한 중국 우시공장 화재 여파로 4분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규모 축소는 물론 공장 복구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3분기에도 복구 등 영업외 비용이 약 2000억 원이 들어갔다.

이와 관련,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우시공장은 11월 중 사고 이전 수준으로 복구할 계획이지만 한 달 정도 지연 가능성이 있다" 며 "4분기에도 공장 복구비와 감가상각비 등으로 3분기 수준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시 화재로 인해 4분기 SK하이닉스 케파는 30% 가량 줄어들 것" 이라며 "영업이익은 3분기(1조1640억 원)보다 감소한 8300억 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1분기엔 화재 여파를 극복하고 영업이익 1조 원 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스마트폰 탓에 4분기에도 우울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은2000억 원 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이 속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가 3분기에 797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지가 관건이다.

LG전자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G2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5S와 삼성전자 갤럭시S4·갤럭시 노트3 등에 밀려 판매량이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중국 업체 화웨이, 레노버에 밀려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은 112억 원 적자로 줄어들 전망" 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아이폰 점유율을 일부 잠식해 5% 선으로 점유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10조5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 사상 최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 일부에선 성장 정체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올초 158만 원을 넘었던 주가는 7월 120만 원 대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 140만 원 선을 맴돌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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