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산업계에 부담 떠넘긴 전기요금 현실화

입력 2013-11-19 21:33
수정 2013-11-20 05:33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또 발전용 유연탄을 과세대상에 추가하고 전기의 대체연료인 LNG 등유 등 개별소비세 세율을 인하하는 에너지세율 조정방안도 내놓았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구조를 바로잡아 과도한 전기 소비를 막겠다는 의도다.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논란이 될 부분도 적지 않다. 당장 용도별 전기요금 차등조정이 그렇다. 정부는 주택용(2.7%) 농사용(3.0%) 등은 최소 수준으로 조정하고 교육용(0%)은 아예 동결했다. 반면 산업용은 무려 6.4%나 인상했다. 정부가 유독 산업용만 과도하게 인상한 데 대해 산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럴 만하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전기요금은 전체 평균 44.4% 인상됐지만 산업용은 78.2%나 올랐다. 최근 2년간만 따져도 산업용은 이미 25%가 오른 상황이다. 또 6.4% 인상하면 철강 석유화학 등 전기요금 비중이 높은 대부분의 기간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무슨 납득할 자료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의 75%라고 해도 일본(70%) 미국(56%) 독일(44%) 등과 비교하면 이미 최고 수준이다. 한국전력이 적자의 근거로 삼는 원가회수율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이른바 한전 원가에는 적정투자보수, 법인세까지 포함돼 있어 원가 이하라는 일방적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이 이미 100%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산업계가 덤터기를 썼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것도 당연하다.

온갖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으로 누더기가 된 에너지세율에 대한 개편이 이번에 부분적인 손질에 그친 점도 아쉽다. LNG 등유 등은 과세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작정 전기요금만 인상할 게 아니라 휘발유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도 내려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대체를 적극 유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