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닛산 리프 뛰어넘자"
[ 최진석 기자 ]
“닛산자동차 리프를 뛰어넘어라.”
현대·기아자동차 내에 ‘전기차 특명’이 떨어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 부문의 기술력이 경쟁업체에 비해 뒤처진다고 지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재 개발중인 기아차 쏘울 EV(전기차)에 총력을 쏟아부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연달아 전기차를 내놓은 데다 BMW도 내년에 전기차 i3를 들여올 예정이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타깃은 전 세계 전기차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는 닛산의 ‘리프’다.
◆“한 번 충전으로 190㎞를 달린다”
1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중심으로 작성된 ‘전기차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닛산 리프보다 경쟁력이 있는 차를 만들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 리프는 2010년 출시된 전기차다. 세계 43개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지난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8만3000대에 이른다.
리프의 최대 강점은 주행거리가 길다는 것. 한 번 충전으로 160㎞를 달릴 수 있다. 보통 130㎞ 안팎인 다른 전기차보다 길다. 현대·기아차차 관계자는 “쏘울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190㎞로 잡고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 초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이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내연기관(가솔린·디젤 엔진)과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에 대해서도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지만 도요타와 닛산, BMW 등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차 측은 “세계 각국의 배출가스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수소연료전지차 외에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으로 친환경차 제품 구성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 5월 경영진 회의에서 하이브리드카 사업 부진을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사령탑 등 남양연구소의 핵심 임원이 최근 전격 경질된 이유 중 하나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 개발 전략에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쏘울 전기차로 유럽 시장 공략
쏘울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는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양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쏘울 전기차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 모델”이라며 “폭스바겐 골프 전기차와 닛산 리프 등에 견줘 전혀 뒤지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BMW 폭스바겐 르노 등 유럽 업체들이 전기차 신모델을 대거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도 쏘울 전기차를 시작으로 점차 차종을 늘려 국내외 시장에서 본격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판매 중인 전기차는 레이 전기차(기아차) 1개 모델뿐이다. 실내공간이 좁고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139㎞)가 짧은 편이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 수성 및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쏘울 전기차를 구원투수로 내세울 계획이다. 쏘울 전기차에는 리프(24㎾h)보다 큰 27㎾h짜리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109마력, 최대토크는 28.8㎏·m이다. 충전시간도 완속 5시간, 급속 25분으로 닛산 리프(각각 7시간, 30분)보다 우수하다.
국내외 출시 시기는 내년 4월께로 잡고 있다. BMW의 전기차 i3가 국내에 출시되는 내년 5월보다 한 달 빠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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