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로봇' 덕분에 68세 노인도 거친 농사일 척척

입력 2013-11-18 21:01
'자동목발' '따라다니는 수레'
日, 노인 맞춤형 기술 속속


[ 남윤선 기자 ] 일본 도쿄 인근에서 사과 농장을 하는 68세 다카노 노인. 고령임에도 사다리를 오르고 사과를 따고 박스를 나르는 거친 일들도 척척 해낸다. 도쿄대 농업과학과에서 개발한 ‘입는 로봇’ 덕분. 관절에 쏠리는 무게를 로봇의 센서가 감지하고 모터가 작동해 필요한 힘을 내게 해 준다. 도야마 신세키 도쿄대 교수는 “입맛을 잃어버린 노인들을 대신해 과일 당도를 측정해 주는 기계, 수확하는 과일 사진을 자동으로 찍어주는 기계 등 노인 농업종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최근 “205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고령 국가 일본에서 다양한 노인 맞춤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쿄기술연구소가 개발한 ‘따라다니는 수레’도 노인의 활동 범위를 크게 넓혀줄 수 있는 기술이다. 노인은 이 수레에 달린 끈을 바지에 매달고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 된다. 수레는 끈의 길이를 감지해 속도를 조절한다. 결과적으로 노인이 걷는 속도와 똑같이 움직이게 된다. 계단도 오를 수 있다. 시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사도 힘들이지 않고 싣고 올 수 있다. 엔도 젠 도쿄기술연구소 교수는 “할머니가 폐 질환을 앓았는데 항상 큰 산소탱크를 지고 다니는 걸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자동목발’도 이 연구소 작품이다. 목발 가운데 탈 수 있는 의자와 다리를 지지하는 지지대, 이동을 돕는 모터가 달려 있다. 팔로 방향만 잡으면 모터가 노인의 몸을 그쪽으로 옮겨준다. 휠체어처럼 부피가 크지 않으면서 관절에도 거의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10여년 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첫 모델을 내놓은 뒤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바다표범 로봇 ‘파로’는 이제 일본 노인 요양원의 필수품이 됐다. 아기 바다표범을 모델로 한 이 로봇은 13개의 감각센서와 온도·냄새 센서를 달고 있다. 노인들이 쓰다듬거나 쳐다보면 마치 감정을 알아보는 것처럼 반응한다. 요양원의 한 노인은 “파로는 외로운 내게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