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현 기자 ] 증권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급감한 거래대금 탓에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도 계속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4~9월) '빅5' 증권사들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가량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등의 순익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현대증권은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은 거래대금 감소 탓이다. 거래대금이 부진하면서 위탁수수료가 줄자 증권사들의 순익도 급감했다. 증권사들의 리테일(지점) 사업부 세전이익은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매 분기마다 2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5000억원을 밑돌면 주식시장에서 리테일 사업부는 적자로 전환된다"며 "리테일 비즈니스의 수수료율 하락과 점유율 축소, 사업부 운영을 위한 비용 부담이 증권사에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비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대리·과장급 인원 170여명을 삼성전자 등 그룹 내 전자·금융 계열사로 전환 배치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력의 20% 가량을 내보냈다.
SK증권은 지난주 일부 조직을 개편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14일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50여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안을 마련했다. 임원 연봉도 10~30%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 연구원은 "올해 6월 증권사들의 인력은 지난해보다 5.4% 줄었다"며 "연말에는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이번 구조조정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호황기에 직원수를 급격히 늘린 데 따른 '부메랑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6월 말 기준 62개 증권사 직원수는 4만325명이었다. 증권업 종사자는 다음해 같은 달 4만2381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듬해에는 4만3495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4만3586명)에는 업황 부진 탓에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올 상반기 말 62개 증권사 직원수는 4만1687명. 한 해 동안 2000명 가까운 인력이 증권업계를 떠났다.
증권사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등 '맨파워'를 바탕으로 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인력을 축소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재만 숭실대학교 금융학과 교수는 "호황기에 직원을 늘리고, 불황기에 직원을 줄이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증권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위탁수수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화, 대형화가 답인데 인력을 줄이게되면 시스템에 의존하는 '브로커리지펌'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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