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인어공주가 말했다 "당신을 기다렸어요"

입력 2013-11-18 07:08
북유럽의 관문 덴마크


[ 유연태 기자 ]
덴마크의 문화와 전통을 모르는 이들도 안데르센은 안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을 지은 위대한 동화 작가. 어쩌면 덴마크 여행은 안데르센을 찾아가는 여행일지도 모른다. 코펜하겐과 오덴세에 남아있는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동화보다 더 아름다운 여정이 기다린다.

국제선 기차를 삼키는 선박 프린세스 베네딕테호
독일 베를린역을 오전 8시20분에 출발한 국제선 기차는 장장 9시간을 가서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비행기로 가면 고작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굳이 기차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단지 여행비용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함부르크 북쪽의 뤼벡시를 지나 푸트가르덴항에 도착하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거대한 선박 속으로 기차가 통째로 빨려들어간다. 세상에, 그처럼 긴 기차를 한 입에 삼키는 선박이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배의 밑바닥에는 철로가 놓여 있어 승객들은 배에 실리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열차여행객에서 선박여행객이 되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북유럽이 바이킹의 본고장이니 이처럼 선박 문화가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덴마크 선적의 프린세스 베네딕테호는 평균 속도가 18.5노트, 최대 승선인원은 1140명이나 된다. 스칸들라인즈사에서 운영하는 이 선박에는 면세점과 카지노, 카페와 식당 등이 설치돼 있다. 기차 이용객들은 덴마크 땅에 들어갈 때까지 열차에서 선박의 카페나 갑판으로 나가 있어야 한다. 기차가 배에 실려 항구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0분 정도다. 유레일 패스 소지자라면 반드시 경험해 볼만하다.

동화 속 세트장을 산책하는 듯한 오덴세시
덴마크의 대문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은 코펜하겐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30분가량 달려가면 도착하는 오덴세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구두수선공, 어머니는 세탁부였다. 인구 20만명 정도의 소도시인 오덴세는 안데르센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여정의 시발지이다.

도시가 작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여행객들은 마치 동화 속 세트장을 산책하는 기분에 젖는다. 안데르센 아동기의 생가, 안데르센공원, 안데르센박물관이 모두 역으로부터 걸어서 30분 거리 이내에 흩어져 있다. 특히 초록색의 10번 버스는 오덴세 중심지의 여행명소들을 도는 시티투어 버스 역할을 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객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관광안내소를 지나 처음 찾아가는 곳은 ‘안데르센 아동기의 생가’. 시청, 관광안내소, 안데르센공원, 성 크누트공원 등이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 안데르센은 두 살부터 열네 살까지 이 집에서 성장했고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혼자서 무작정 코펜하겐으로 떠났다.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아동기 생가는 노란색 벽에 주황색 기와를 얹은 조촐한 건물이다. 생가 창문에는 종이를 오려서 만든 해님이 안내판 속의 문양으로 들어가 있다. 이 종이 해님은 안데르센의 솜씨이다.

안데르센은 성공한 ‘미운 오리새끼’
생가 마당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 있다.
‘내가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나는 그들과의 놀이에 끼지 못하고 실내에 머물렀다. 집에는 아버지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인형이 아주 많았다. 줄을 당기면 움직이는 그림들도 갖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조정 바퀴를 당기면 돌아가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 나는 투시화 세트와 재미있는 노리개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인형옷 만들기를 좋아했고 한적한 구스베리숲 옆 마당에 앉아 있는 것, 빗자루 손잡이로 엄마의 앞치마를 벽에 걸어두는 것도 좋아했다. 나는 독특하게도 몽상적인 아이였다.-1855년에 쓴 자서전에서’

‘동화의 아버지’를 따르는 발걸음은 도로 건너편의 13세기에 지어진 성 크누이트 교회 앞의 안데르센 동상과 ‘미운 오리새끼’의 배경이 됐다는 안데르센공원으로 이어진다. 오덴세의 건축물 중 연륜이 매우 오래된 이 교회에서 안데르센은 유아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다. 동상 앞 샛강은 안데르센의 모친이 생계를 위해 빨래를 하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공원 벤치에서 잠시 쉬며 ‘안데르센 평전’ 저자인 재키 울슐라거가 남긴 말을 떠올려본다. “안데르센은 성공한 ‘미운 오리새끼’, 고결한 ‘인어공주’, ‘꿋꿋한 양철 병정’, 왕의 사랑을 받는 ‘나이팅게일’, 악마 같은 ‘그림자’, 우울한 ‘전나무’,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이다.”

안데르센공원을 뒤로 하고 중심가 종단 도로를 건너면 안데르센박물관, 어린이문화센터, 퓌넨그래픽워크숍, 칼닐센박물관, 오덴세시박물관, 안데르센호텔 등이 밀집한 지역을 산책할 수 있다.

절대 잊지 못할 코펜하겐 니하운의 운하투어

안데르센의 향기는 코펜하겐 도심 곳곳에도 은은히 녹아 있다. 시청 앞 도로변의 안데르센 동상은 160여년 전 개장했다는 놀이공원인 티볼리공원을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동상의 왼쪽 무릎과 구두코가 반들거린다. 그를 흠모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은 한 번씩 동상을 비벼보면서 어릴 적 꿈을 되살린다. 시청광장 팰리스호텔 1층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옆의 ‘코펜하겐 안데르센박물관’도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코펜하겐 시청에서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면 니 카를스베르 글립토테크미술관에 닿는다. 티볼리공원에서는 길 하나를 건너는 것으로 접근하는 셈이다. 여기서는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귀한 조각품과 회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칼스버그맥주 회사의 사장인 카를 야콥슨이 1888년에 세웠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조각품과 19세기 덴마크, 프랑스 미술품들이 관람객을 감동시킨다. 마네, 모네, 고갱, 로댕 등의 회화도 전시한다.

코펜하겐은 바다에 의해 성장한 도시이므로 니하운에서 출발하는 운하투어는 코펜하겐 여행에서 절대로 생략할 수 없다. 중앙역에서 동북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니하운에서 유리덮개를 씌운 보트들이 연신 출발한다. 인어공주 동상도 만날 수 있다. 수로를 따라 양쪽으로 18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도열한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코펜하겐(덴마크)=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naver.com

◆여행 팁

덴마크의 화폐 단위는 유로가 아니라 덴마크 크로네이다. 1크로네는 약 195원. 전압은 220v로 동일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코펜하겐공항까지 직항편은 없다. 에미레이트항공이 두바이를 경유, 코펜하겐까지 이어준다. 대한항공과 코드셰어를 하는 아에로플로트항공은 모스크바를 경유해 코펜하겐으로 여행객을 나른다. KLM네덜란드항공으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도 된다. 벨라스카이호텔은 코펜하겐이 자랑하는 디자인 호텔이다. 높이는 75m, 객실은 814실로 스칸디나비아 최대 규모. 객실 디자인은 200개 타입이고 실내 가구들은 노르딕의 전통을 따른다. 꼭대기층의 스카이바는 코펜하겐 시가지 전망대 구실도 한다. 코펜하겐 관광정보는 코펜하겐관광청 홈페이지(visitcopenhagen.com)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