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씨 한경갤러리서 개인전
[ 김경갑 기자 ]
사람들은 장미를 보며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을 기억한다. 국화를 바라보며 시집간 누나를 생각하고, 또 백합을 보면서 미래에 만날 순백의 신부를 떠올린다.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여러 기억을 떠올리듯이 서양화가 김선영 씨(48)의 그림도 화면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이야기한다. 이런 기억과 대상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추억과 깊이 연결된다.
꽃, 도시, 시골 등을 소재로 과거와 미래, 현재를 형상화해 온 김씨가 오는 22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단국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한 그는 오버랩핑 기법의 착시현상을 회화에 도입한 작가. 2차원적 이미지를 3차원적 입체 공간으로 확장시켜 시간의 흐름을 투영했다. 형태의 묘한 흔들림과 같은 일루전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중앙미술대전에서 특선에 잇달아 낙점됐다.
‘평정을 위한 기도-우연 속 필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국화, 목련, 해당화, 백합 등 다양한 꽃을 소재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과거·현재·미래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근작 27점을 내보인다. 보이지도, 붙잡히지도 않는 아련한 심상을 꽃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도시와 마을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꽃잎으로 시선을 확장했고, 꽃들의 움직임 역시 강해졌으며 밑바탕 색감도 다양해졌다.
그에게 꽃은 기억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는 융합의 공간이다. 꽃의 형상을 그리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주안점을 둔다. 이를 위해 그는 밑바탕에 다양한 색깔을 칠해 과거의 우연성을 수놓는다. 물감이 마른 뒤에는 꽃잎을 사실적으로 그려 현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마지막으로 상상의 꽃을 중첩해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한다.
중첩된 이미지는 내용이나 의미보다는 단순히 각각 다른 이미지의 버무림을 통해 평화롭게 흘러가는 시간을 강조한 것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는 “화면의 삼중 이미지들과 색의 층위들은 깊게 퇴적된 내면의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도 아무 탈 없이 평화롭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그림에 담았어요. 그림은 모두를 행복한 미소의 땅으로 건네주는 다리입니다. 마티스가 자신의 그림을 ‘쉼을 주는 안락의자’라고 했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생생한 기운을 전해주고 싶어요.” 문의 (02)360-42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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