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돌아온'노란 샤쓰와 아리조나 카우보이', "그들은 잿더미 속 한국 일으킨 국민 애환 달랬던 분들"

입력 2013-11-17 21:14
수정 2013-11-18 05:21
최백호 등 후배 가수들이 곡 기증
안다성·명국환·한명숙 새 앨범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 출시


[ 백승현 기자 ] “가수는 신곡을 내놔야 가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연세가 많음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선배님들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1960년대 목소리 하나로 서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한명숙(78·가운데), 안다성(83·왼쪽), 명국환(80·오른쪽) 등 원로 가수들이 50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1961)로 유명한 한명숙이 ‘바람이어라’, ‘사랑이 메아리칠 때’(1963)를 부른 안다성이 ‘그때가 옛날’, ‘아리조나 카우보이’(1955)의 가수 명국환이 ‘거리의 악사’를 녹음한 앨범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이 19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앨범에는 원조 가수들이 부른 ‘노란 샤쓰의 사나이’ ‘사랑이 메아리칠 때’ ‘아리조나 카우보이’도 실렸다.

팔순 원로가수들의 50년 만의 ‘컴백’에는 최백호 한국음악발전소장의 공이 컸다. 한국음악발전소는 생활이 어려운 원로가수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공연 기회를 얻지 못하는 뮤지션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발족한 사단법인이다.

이 앨범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 최 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배인 원로가수들을 재조명하기 위한 기획”이라며 “이들은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군예대(軍藝隊)로 활동하며 장병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잿더미에서 나라 살림을 일으키던 국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활동 무대가 거의 사라진 선배 가수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가수협회에서 추천을 받아 우선 15명의 원로가수를 선정해 앨범을 만들어드리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가을 시작한 ‘원로가수 신곡 프로젝트’가 1년 만에 첫 결실을 본 셈. 두 번째 앨범은 ‘홍콩아가씨’(1959)를 부른 금사향(84), ‘한 많은 대동강’(1959)의 가수 손인호(86), ‘회전의자’(1964)로 유명한 김용만(79) 편이 예정돼 있다.

앨범 제작에는 최 소장 외에 후배 뮤지션들도 힘을 보탰다. 한명숙의 신곡 ‘바람이어라’는 최종혁이 작곡하고 김광련이 작사했다. 또 안다성의 ‘그때가 옛날’은 최 소장이 직접 작사·작곡했고, 명국환이 부른 ‘거리의 악사’는 음악프로듀서 윤준호가 작사·작곡했다.

최 소장은 “당초 대선배들 한 분당 하나의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예산이 부족해 세 분씩 묶어서 앨범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전통가요에 대한 지원과 기부가 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