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이병기 주일대사, 14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데 이어 어제는 한·일 협력위원회 총회에 참석하는 등 사흘 연속으로 한국 측 관련 인사를 만났다. 아베 총리는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 등에 통석의 마음이 있다며 전향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얼어붙고 있는 한·일 관계를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아베의 적극적 의지는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이 전하는 아베의 혼네(本音·속마음)는 전혀 딴판이다. “중국은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한 반면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고 말했다고 이 잡지는 전하고 있다. “원화를 매점해 한국을 통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일각의 금융 정한론(征韓論)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일본의 고위 지도자들이 뒷골목에서나 들릴 이런 저질의 논리를 구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과 일본은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한·일 협력위원회 메시지에서 강조했듯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토대로 하고 있다. 반목하거나 대립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베 정권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물론 대체 몇 번이나 과거를 사죄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형식적 사죄라면 진정한 사죄가 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조차 이렇게 갖기 힘들어서야 될 말이 아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신임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대사에게 한·일 관계의 개선을 주문할 정도라면 곤란하지 않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들은 서로 중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