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카뮈' 탄생 100년…부조리 문학을 말하다

입력 2013-11-15 20:00

‘언어의 예술’이라는 문학은 인류의 역사에서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맞춰주는 촉매였다. 문학은 언어를 매체로 물질과 정신, 우주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인간은 태고적부터 문학을 통해 신을 만나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 물질과 정신, 사상과 철학…. 문학은 그 모든 것을 녹여낸다. 최근 인문학이 주목받는 것은 무한대로 펼쳐지는 인문학의 영역이 기술과 접목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낸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문학 작품이 글쓰기의 바탕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문학의 대표적 장르인 소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정서의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꾸고, 인간의 근원을 보는 인식도 변화시킨다. 소설은 시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분노의 포도》(존 스타인벡),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어니스트 헤밍웨이),《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은 시대상이 소설에 투영한 대표적 작품들이다. 소설은 사고나 형식의 기존틀도 파괴한다. 이른바 ‘부조리 문학’이 대표적 케이스다. 부조리 문학은 소설이나 희극에서 ‘정형화된 틀’을 거부한다. 새뮤얼 베케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는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고도, 두 주인공의 의미 없는 대화, 클라이맥스가 없는 밋밋한 구성 등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려낸다.

올해는 부조리 문학의 대표자 알베르 카뮈(1913~1960)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카뮈는 《이방인》《시시포스 신화》등을 통해 ‘부조리’라는 개념을 문학에 접목했다. 단지 ‘태양이 뜨겁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태연히 여자친구와 희극영화를 보러가는 《이방인》의 주인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무의미성, 인간 의지의 무력함, 인간의 비생명성과 야수성 등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통념화된 악과 선의 구분 짓기도 거부한다. 부조리 문학은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 철학과 상통한다.

부조리는 삶이나 죽음, 우주의 이치가 기존의 관념대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조리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이, 그들의 대화가, 작품 구성이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는 이유다. 카뮈는 20세기에 고정관념을 깨 주목을 받았지만 어쩌면 그는 21세기 부조리해지는 인간상을 미리 꿰뚫어본 철학자인지도 모른다. 4, 5면에서 카뮈의 작품세계와 부조리 문학의 의미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