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서울 주택거래…다시 얼어붙나

입력 2013-11-14 21:12
수정 2013-11-15 03:56
이달 18% 급감…아파트 값도 9주만에 하락
양도세 중과 폐지 등 통과 지연에 '관망세 확산'


[ 김보형 기자 ]
14일 찾은 서울 개포동 한 중개업소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한 시간 남짓한 취재시간에도 집을 내놓겠다는 전화벨만 울릴 뿐 매수자 방문은 없었다. 중개업소 김모 대표는 “지난달 20건 이상 거래된 재건축 예정 단지들도 이달 현재 2건 정도만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가을철 이사 성수기와 ‘8·28 전·월세 대책’ 효과로 지난달 올 들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주택 거래량이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부동산 거래 정상화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매수세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정부·여당의 취득세 감면 소급 적용 발표도 기대만큼 거래 증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분석이다.

○관망세 확산으로 거래 감소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287건으로, 하루 평균 206건 수준이다. 지난달(7559건) 하루 평균 거래량(244건)과 비교하면 18% 줄어든 수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거래물량도 전달보다 10%가량 줄었다.

전세난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택 매입이 늘었던 중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인 노원구도 거래가 뜸하긴 마찬가지다. 이달 노원구의 하루평균 아파트 거래 건수는 23건으로 지난달(29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노원구의 10월 하루평균 거래량이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매수세가 폭증했던 6월(28건)보다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감소세가 눈에 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생애최초주택 취득자의 취득세 전액 면제와 중소형 주택의 양도소득세 5년 면제 등의 세제혜택이 연말까지는 계속되는데도 거래량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은 수요자들이 시장 전망을 그만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 정상화 법안의 국회 통과 등 정책 변수가 풀리면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9주 만에 하락한 서울 아파트값

주택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8·28 대책 이후 소폭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값도 두 달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 집계 결과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떨어져 지난 9월2일 이후 9주 만에 내렸다.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중심으로 한 차례 거래가 끝난 뒤 추가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은 결과라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취득세 인하 소급 적용 등 취득세 효과도 매수세 확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오름세는 이달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0.18%와 0.20% 뛰었다. 이전 주보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분간 전셋값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해소되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전세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여유 자산이 있는 다주택자들의 주택을 전셋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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