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녀들의 고향 베네수엘라

입력 2013-11-11 21:46
수정 2013-11-12 05:28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3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가브리엘라 이슬러(25)가 왕관을 차지했다. 이슬러는 1년간 뉴욕 트럼프타워에 살며 에이즈 퇴치운동과 봉사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출신 미스 유니버스는 미국(8명) 다음으로 많은 7명으로 늘어났다.

1952년 시작된 미스 유니버스에서 1회 이상 우승한 나라는 총 34개국이다. 이 중 베네수엘라가 20%를 차지하고, 2000년대 들어선 3회 우승으로 압도적이다. 월드컵의 브라질처럼, 미인대회에선 영원한 우승후보가 베네수엘라인 셈이다. 미스 유니버스와 더불어 3대 미인대회로 꼽히는 미스 월드와 미스 인터내셔널에서도 베네수엘라는 각각 6회씩이나 우승했다.

베네수엘라가 미인대회 강국인 데는 이유가 있다. 본래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거치면서 다양한 혼혈인종으로 구성돼 있고, 카리브해 특유의 건강미까지 더해져 미인 자원이 풍부하다. 나라이름도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아름다운 수상마을을 보고 ‘작은 베네치아’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는 면적이 한국의 9배에 달하고, 인구가 2900만명이지만 석유 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다. 따라서 여성들에게 미인대회는 부와 명예를 얻는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1981년 미스 유니버스 아이린 사에스는 차카오시장에 당선됐고, 1998년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다. 미인대회를 국가사업으로 여기면서 베네수엘라에는 각종 미인대회만도 2만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수요가 많으니 미인사관학교도 성업 중이다. 세계대회 입상자의 90%를 배출한 ‘킨타 미스 베네수엘라’는 입학 경쟁률부터 수천 대 1에 달하며 합숙을 통해 몸매관리, 워킹, 성형, 어학까지 교육시킨다. 미인 자원, 사회적 관심, 고강도 교육의 3요소가 미인강국의 배경이다. 이는 한류 붐 속에 수천명의 지원자를 추려내 강도 높게 훈련시켜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한국 연예기획 시스템과 흡사하다.

한국 여성의 국제미인대회 최고 성적은 2위가 가장 높다. 대신 한국은 미스 유니버스의 전통의상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했다. 여성미의 기준이 서구 위주여도 한복의 고운 자태는 국제공인을 받은 셈이다.

요즘 국내 미인대회는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 속에 찬밥 신세다. 그럼에도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미가 권력이자 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인대회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인지부조화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