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입력 2013-11-11 21:45
수정 2013-11-12 05:29
한·일 고위경제협의회가 어제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올해로 12회째인 이 정례회의가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징용 배상 문제 같은 현안도 현안이지만, 차관보급 당국자 회의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양국간 정례회의가 끊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가 돼버린 상황이다.

실제 어제 서울에서 개막된 제2차 서울안보대화는 일본이 불참하는 바람에 모양새가 다소 구겨진 것도 사실이다. 이 회의는 유엔, 나토, EU 등 3개 국제기구와 21개국 차관급 대표들이 참가하는 동북아지역 최고위급 연례 안보회의다. 그러나 일본은 차관 회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겨우 마지막 날 회의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일본은 가칭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의제로 희망했지만, 국방부는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물론 국방부의 판단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차관 회담 방식만 고수하다가 중요한 회의에 재를 뿌리려 드는 일본이나, 굳이 대담만 하자고 버티다가 회의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결과를 초래한 국방부나 사소한 명분에 매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일 관계는 이런 사소한 문제들도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건 유독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있는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일본과의 협력과 공조는 필수적이다. 당장 북핵문제가 그렇지만, 양국 경제관계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다. 일본 부품 없이는 한국 제조업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할 정도다. 더구나 일본의 한국 투자와 관광객수가 급감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에선 한류바람이 거세고, 한국 TV에는 일본 드라마가 자주 전파를 타고 있다. 일반 국민생활에는 쌍방의 문화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서로 냉전의 핑곗거리만 찾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공조할 것은 공조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도 악수하는 것이 세계질서다. 한·일 관계를 이런 냉전 상태로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