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3일 개관
[ 정석범 기자 ]
미술관 로비 천장 한가운데에는 설치작가 최우람(43)의 대형 현장제작 설치 작품이 걸렸다. 벌레 모양의 로봇처럼 생긴 이 작품은 겉만 번지르르한 첨단 과학문명 도시의 어둠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기계생명체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 가상의 생명체에 마치 자연과학자라도 된 듯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부라’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첨단과학 자연과학과 융합돼 기존 영역을 허물고 새로운 예술의 영토를 만들어내는 현장이다. 소통과 연결을 의미하는 로비의 장소성이 이 작품에도 반영돼 있는 셈이다.
13일 문을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한 다섯 개의 기획전에는 이처럼 허물고 섞고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미술의 허브가 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주제전 ‘연결_전개’전에는 이런 개념이 집약돼 있다. 이 전시는 한국 미국 영국 인도 출신 큐레이터 7인이 인적 네트워크를 이뤄 한 명씩의 작가를 선정하고 이들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체험케 한다.
마크 리(스위스)의 인터랙티브(쌍방향 교류방식) 설치작품인 ‘1만개의 움직이는 도시들’은 관객이 컴퓨터 검색 엔진에 특정한 나라나 도시를 입력하면 전시장에 설치된 크고 작은 큐브 구조물 위에 그와 관련한 이미지와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입혀져 그 지역을 통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양민하의 ‘엇갈린 결, 개입’ 등도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기획전 ‘알레프 프로젝트’ 역시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프로젝트. 큐레이터 건축가 천문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예술 개념의 확장을 꾀한다.
이 밖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을 통해 격동의 한국사회를 조망한 ‘시대정신’전, 서도호 최우람 장혜영중공업이 참여한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서울관의 건립 과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미술관의 탄생’이 서울관 개관 기념 식탁으로 차려졌다.
서울관 관람은 이달 말까지 온라인 예약제로 시범 운영된다. 정형민 관장은 “서울관은 과거 근대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이라며 “과거와 대화하고 동시대의 조류를 반영함으로써 한국문화 발전의 선도역을 맡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원로 한국화가 서세옥 씨와 김영중, 송수남, 정영렬, 정탁영 씨 유족은 서울관 개관을 기념해 작품을 대량으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국립현대미술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02)3701-95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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