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모 쓴'억척 아줌마'
'손맛' 나게 현장 진두지휘…젓갈·장류 300가지 만들어
대형마트·외식업체에 납품
식당·쇼핑몰도 직접 운영…한식 세계화에 나설 계획
[ 김정은 기자 ]
“새벽 4시면 경동시장으로 향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하루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오전 9시까지 한 차례 ‘아침 도매장사’를 한 뒤 회사에 갑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는 거죠.”
지난 6일 서울 쌍문동 승화푸드 본사에서 만난 신분남 승화푸드 사장(56)은 “경동시장에서 오는 길”이라며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은 채 앞치마와 위생모를 두르고 있었다. 신 사장은 “직책은 사장이지만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목소리 크고 억척스러운 ‘현장 아줌마’가 나에겐 더 익숙하다”며 웃었다.
승화푸드의 모태는 경동시장의 작은 반찬가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 태백이 고향인 신 사장은 탄광촌 인근에서 큰 식당을 하던 엄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는 “학교를 마친 뒤 서울에 올라와 남대문시장에서 닥치는 대로 장사 일을 도우면서 영업력을 키웠다”며 “큰아이가 일곱 살 무렵이던 1984년 남편과 함께 경동시장 구석에 반찬가게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마늘종, 깻잎 등 염장이나 절임 식품을 주로 팔았다. ‘맛이 기막힌 반찬을 파는 가게가 있다’는 입소문이 금세 퍼졌고, 주문량도 늘었다. 그 기세를 몰아 신 사장은 그해 승화식품(현 승화푸드)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식품 제조에 뛰어들었다.
승화푸드는 이제 직원 70명, 지난해 매출 60억원을 내는 회사로 컸다. 매출은 매년 10%가량 꾸준히 늘고 있다. 젓갈 및 장류, 김치 등 식품 300여가지를 제조·판매한다. 경기 포천과 충남 천안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식당 ‘들판가득’, 전국의 반찬 전문점 ‘예전찬방’, 온라인쇼핑몰 등을 운영한다. 삼성에버랜드 등 대기업과 하나로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불고기브라더스 등 외식업체에도 음식을 납품하고 있다.
승화푸드 제품의 가격은 다른 곳보다 20~30% 비싼 편이다. 신 사장은 “음식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전통 방식’과 우리의 제철 식자재를 고수하고 있다”며 “한식은 손맛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오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제조 방법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된장을 제조하기 위해 직원들이 콩을 일일이 손으로 삶고 젓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통 반찬을 어떻게 하면 세계화, 현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스페인의 엔초비(청어젓)는 비싼 가격에 사 먹으면서 우리의 멸치젓은 평가절하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신 사장은 “한식의 장점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조리,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인내하는 과정”이라며 “전통음식 제조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창업에 대해 ‘돈(창업 자본)만 있으면 된다’고 쉽게 생각해 고민 없이 뛰어드는 젊은이가 많다”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분야에서 최소한 3년 이상 전문지식을 쌓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회사지만 좋은 음식을 즐겁게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내 생일도 잊을 만큼 일에 미쳐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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