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투자 피해자들이 동양증권 부산본부에서 농성을 벌인 장면이 인터넷과 신문 등을 통해 공개됐다. 동양증권 임원과 지점장 등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충격적 장면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가 하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했다. 이런 난장판도 없었다.
대기업 이름을 믿고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게 된 투자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불량상품을 팔았던 동양증권 측이 더 없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부산본부 투자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는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영업장을 찾아가 직원들을 무릎 꿇리고 배달 음식값 계산까지 요구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억울하게 손실을 입었다면 이를 입증할 계약서나 녹취록 등 자료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나중에 한 푼이라도 더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영업장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면 화풀이는 될지 모르나 그 자체가 위법이며 투자금 회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욱이 동양 측 직원들을 다그치며 모욕을 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력구제가 엄연히 금지돼 있는데 이를 방관한 경찰도 이해할 수 없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더욱이 시중금리의 3배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라면 당연히 위험도 그만큼 높다는 점은 소비자도 인식하고 있었어야 했다. 물론 1차적 책임은 투기등급 채권을 감언이설로 팔아치운 동양 측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객장을 점령해 난장판으로 만드는 이런 방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책임을 묻는 법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