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분석] "수능 국어·수학 다소 어려워…영어 작년과 수준 비슷"

입력 2013-11-08 18:03
정병헌 수능출제위원장 "9월 모의평가 수준 냈다"
국어·수학 체감 난이도 높아…"수학B형 1등급 컷 92점 예상"


[ 강현우 기자 ]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에서 쉬운 A형, 작년 수준의 B형 등 수준별 선택을 처음 도입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7일 실시됐다. 수험생과 입시업체들은 국어와 수학의 체감 난이도가 A형과 B형 모두 작년보다 다소 높았다고 평가했다.

# "EBS 연계율 70% 유지"

정병헌 수능출제위원장(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은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첫 수준별 시험인 국어·수학·영어는 지난 9월 전국 모의평가 수준으로 냈다”고 설명했다.

EBS 교재와 수능 문제의 연계율은 70% 이상으로 유지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지켜온 ‘영역별 만점자 1%’ 원칙에 대해 “수준별 수능 도입으로 수험생의 선택이 다양해진 만큼 고려하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수준별 수능이어서 난이도를 작년 수능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 국어 "생소한 지문이 변수"

국어 영역을 본 학생들이나 입시업체는 작년이나 올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국어 B형을 본 이모양(숭의여고 3학년)은 “수준별 수능으로 나뉘면서 다소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B형은 EBS 교재에서 주제와 용어만 갖다 쓰고 지문을 새로 구성한 문제가 있었고 조지훈의 ‘파초우’나 이청준의 ‘소문의 벽’과 같은 생소한 지문도 있었다”며 “A형은 작년이나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전반적으로 지문이 길었다”고 분석했다.

국어의 만점자 비율은 작년 2.36%, 9월 모의평가는 A형 0.58%, B형 0.85%였다. 1등급 커트라인은 98점이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작년에 만점자가 많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올해 1등급 커트라인은 95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학 "복잡한 계산 문제 많아"

수학은 작년까지 이과 학생이 주로 보던 ‘수리 가’가 어려운 B형, 문과생용 ‘수리 나’가 쉬운 A형으로 바뀌어 치러졌다. A형과 B형 모두 작년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작년 수리 가(현재 B형)는 만점자 비율 0.76%, 1등급 92점 이상이었고 수리 나(현재 A형)는 만점자 0.98%, 1등급 92점 이상이었다.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2, 3점짜리 문제는 쉽게 나온 반면 4점이 배점된 29~30번이 A·B형 모두 어렵게 나와 1등급 커트라인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은 “기본 문제가 많이 나왔지만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이투스청솔은 A·B형 모두 만점자 비율은 0.5~0.8%, 1등급 커트라인은 수학 A형이 89~90점, 수학 B형은 92점 전후로 예상했다.

가채점 점수 낮으면 수시 2차 노려라

수능 이후 지원 전략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개된 정답을 토대로 가채점을 해보는 것이다. 가채점으로 구한 원점수를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환산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성적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 유웨이중앙교육, 진학사, 이투스청솔 등 대형 입시업체들은 수험생들이 입력하는 가채점 성적을 바탕으로 표준점수와 백분위 현황을 제공한다.

이동훈 한경에듀 S논술 원장은 “수능성적이 수시에 지원한 대학들의 수준보다 높다면 정시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다면 수능 이후에 진행되는 수시 모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가채점을 정확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능 성적이 평소 모의고사보다 잘 나왔다면 정시모집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은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100%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인문계 기준 107개로 지난해보다 10곳 늘어나는 등 수능 중요성이 더 커질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시모집 정원의 70%를 수능 우선선발 전형을 통해 뽑는다. 중앙대 가군도 지난해 정원의 50%를 뽑았던 수능 우선선발 비율을 올해 70%로 확대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 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왔다면 이미 수시 원서를 접수해 놓은 대학들의 논술 등 대학별 시험을 포기하고 정시에 집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시 추가합격자들은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능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수능 이후 접수하는 수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부 중심 전형이 많기 때문에 중·상위권에서 학생부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면 더욱 이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가천대와 이화여대 연세대(원주) 등은 수시 2차 원서접수를 수능시험 이후에 한다.

지원 대학의 입시 요강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것도 놓쳐선 안될 부분이다.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