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끝났다. 올해도 예외 없이 부실감사 이야기가 나온다. 피감기관에 대한 무리한 자료 요구, 의원들의 공허한 호통, 증인들의 무성의한 답변 등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국정감사가 거의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면서 국감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감을 상시로 하는 상시국감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치권 안팎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년에 한 번 이벤트성으로 하는 국감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으니 아예 이를 국회가 열릴 때 상설화하자는 지적이다. 하지만 상시국감은 자칫 현재와 같은 국감의 문제를 상시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상시국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부실 국감 없애고 실효성 높일 것"
정치권에서는 온도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상시국감 방안은 내년부터 2, 4, 6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원회별로 1주일씩 피감기관을 나눠 국정감사를 진행한 뒤 정기국회에서 종합감사를 하는 내용이다. 국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제출 거부, 위증, 불출석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관계 법령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상시국감에 대해 원칙적 입장에는 동의하는데 좀 더 봐야 한다”며 “지금처럼 일정을 보이콧하는 일이 없어야지 상시국감을 해도 실제 효과가 있다”며 야당에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상시국감을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시국감을 하면 1년 내내 정쟁국감이 된다”며 “주제별, 사안별로 나눠서 해야지 예산, 정책 이슈 등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예산과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 국회가 국감에 발목을 잡힌 탓에 연말 예·결산까지 파행으로 치닫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기국회 때 국감을 할 게 아니라 상임위별로 1년에 30일가량 국감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도 “상시 국감을 도입하되 상임위 소위원회 주도로 진행해 의원들이 국감을 자기 이름을 알리는 장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전문성 뒷받침 안되면 시간만 낭비"
정치권에서는 상시국감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는 없지만 막상 도입할 경우 부담이 상당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오래전부터 상시 국감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지만 국회의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그 결과 선거구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전했다.
피감기관들 중에도 상시국감을 좋아하는 곳은 거의 없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료는 “지금 며칠간 열리는 국정감사 기간에도 해당 부처의 업무가 거의 마비될 정도로 피감기관은 피곤한데 상시국감이 된다면 연중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는 말인데 상상하기도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인들 중에도 상시국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감이 열리면 기업인을 줄줄이 증인으로 불러 놓고 서너 시간씩 기다리게 하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을 주고 답변을 하라고 하면서 호통치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실정이 이런데 상시국감을 하게 되면 얼마나 더 곤혹을 치를지 알 수 없다며 반대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시국감을 위해서는 현재 국감이 갖고 있는 전문성 준비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이런 전체가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상시국감은 문제의 상시화를 의미할 뿐”이라며 현 상태에서의 상시국감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생각하기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기간은 연간 20일에 불과하다. 그나마 주말과 휴식기간 현장시찰 등을 빼면 상임위별 국감 진행일은 실제로 11~13일 정도다. 이 기간 중 상임위원회별로 많게는 100여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 게 현재 국정감사의 현주소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은 의원대로 절대적인 준비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장들은 의원들의 질의를 단 한번도 받지 못한 채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기 일쑤다. 국감을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바꿀 것이냐다. 상시국감은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현재처럼 제한된 시간이 아니고 연중 감사를 벌이니 훨씬 더 정밀하고 세세하게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국정감사는 절대시간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이에 응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인다. 상당수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국민대표로서 정부기관 등을 제대로 감시하는 기회로 삼기보다 그저 국회의원 개인을 알리는 이벤트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또 정쟁의 기회로 삼거나 피감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좋은 계기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국회의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국감기간만 연중으로 늘려 놓을 경우 득보다는 실이 훨씬 커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시국감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제대로 일하는 국회, 국민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국회가 먼저 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