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침묵·무조건적 칭찬은 '독'
객관적이고 솔직한 피드백…부하직원과 불필요한 갈등 줄여
김 팀장은 올해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리더십 평가에서는 C등급을 받았다. 그가 맡고 있는 영업팀에서 올해에만 세 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사자들은 “김 팀장의 리더십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지시할 뿐만 아니라, 독불장군처럼 팀을 이끈다는 것이다. 부하직원이 상처받을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회의시간에도 자신의 주장만 고집한다고 한다.
평가 시즌이다. 당신과 마주 앉은 김 팀장이 묻는다. “저 이번에는 승진하겠죠?”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리더로서의 자질이 모자란 김 팀장을 승진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했다간 김 팀장의 사기가 꺾일 게 뻔하다. 그러다가 자칫 그만두기라도 하면 매출 측면에서도 손해일 것이다.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아니면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돌려 말해야 할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하직원의 실수나 승진을 못 시켜주는 이유에 대해 불편한 대화를 하는 경우, 상대가 부하직원임에도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껄끄러운 대화를 피하고 싶은 상사 나름의 피드백이다. 하지만 리더가 부하직원에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전세계 CEO들이 가장 닮고 싶어한다는 잭 웰치는 침묵하는 리더를 두고,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까지 말했을까.
아무 말 안 하는 것보다 좀 나은 피드백은 없을까. ‘선택적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부하 직원이 잘한 것은 말하지 않고 잘못한 것만 콕콕 집어내서 비판하는 피드백이다. 분명 잘한 것도 있을 텐데 잘못한 것만 지적하니 부하직원이 신나게 일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침묵보다는 선택적 피드백이 낫다.
잘못한 것을 깨기만 하는 ‘선택적 피드백’과는 반대로 부하직원에게 끊임없이 근거 없는 칭찬을 늘어놓는 피드백도 있다. 축구에서 과장된 행동을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런 피드백을 ‘할리우드 피드백’이라고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칭찬이라도 많이 해주면 기분 좋아서 일도 열심히 하겠지’라고 믿는 상사의 피드백이다.
하지만 사람은 고래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별로 칭찬받을 일도 아닌데 자꾸 칭찬을 듣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좋은 피드백일까. 객관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이다. 잭 웰치는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하나만 뽑으라면 ‘캔더(candor)’라고 말했다. 우리 말로 하면 ‘절대적 솔직함’이다. 솔직하게 말할 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부하직원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모두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예로 든 상황에서 승진을 기대하고 있는 김 팀장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김 팀장, 올해 목표를 100% 달성해서 좋은 실적을 냈어. 본인 스스로 보람을 느낄 것 같아. 그런데 당신은 리더십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리더십 평가에서 이런 점수를 받으면 승진이 어렵네”라고 솔직하게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덧붙여 팀원들의 만족도와 이직률을 근거로 김 팀장이 리더십 평가에서 왜 C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김 팀장이 낙담할 것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잔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야 하는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실적이 좋네. 앞으로 팀 관리도 잘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잔인한 행동이 아닐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솔직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기 때문이 아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솔직함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 경우, 마음 한구석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불편한 감정이 커지게 된다.
부하직원에게 좋은 상사이고 싶은가? ‘좋은 상사’가 곧 ‘착한 상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해줄 때 부하직원들을 키울 수 있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우창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