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포럼 특별기고] 인재포럼에서 얻은 지혜들

입력 2013-11-07 21:53
수정 2013-11-08 06:03
"실패 용인하는 사회분위기 만들고
꿈·끼 살리는 행복교육을 통해
시장수요 부응하는 인재양성해야"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벽을 넘어서(Beyond Wallls)’란 주제로 교육부, 한국경제신문 그리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최한 제8회 글로벌 인재포럼이 지난 5~7일 열렸다. 주관기관의 하나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원장으로서 세 차례 회의에 참가하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글로벌 인재포럼에 대해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

올해도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등 세계의 지도자와 석학을 포함, 50여개국 300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해 글로벌 인재양성 관련 논의의 장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4400여명이 사전등록하는 등 참가 열기가 뜨거웠다. 작년에 이어 대학생, 고등학생 등 더욱 많은 젊은이가 진지하게 듣고, 열심히 질문해 외국인 참가자들의 시샘과 함께 부러움을 샀다. 또한 이번 포럼과 함께 동아시아정상(EAS) 직업훈련교육 네트워크 창립총회,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EAP) 워크숍 등 유관 국제행사가 많이 열려, 글로벌 인재포럼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창조적 인재의 육성, 활용 및 확보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 위계질서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토론 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기조연설자인 바라크 전 총리는 역설했다. 이틀간의 토론에서 대부분의 발표자와 토론자는 시장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개인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부단히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한국 사회에는 학력, 인종, 성, 지역 간에 수많은 ‘벽’들이 존재하는데, 우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높은 벽의 하나인 학력 장벽에 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 후쿠야마 교수는 직업교육이 중산층을 지켜내는 버팀목이고, 세계 50위권 대학이 하나도 없는 환경에서도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독일 모델이 세계 경제회복의 원동력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선취업-후진학’ 정책으로 약간 완화되기는 했지만 과도한 대학 진학의 열기가 아직도 한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인데,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의료분야에 특화해 학생 및 교직원의 지역봉사를 강조하는 일본 미야자키대와 예술, 과학기술 및 경영학을 융합한 교육과정으로 예술분야에서 독창적 인재를 기르는 골드스미스런던대 등 이번 포럼에서 소개된 사례는 한국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학력이라는 벽이 만든 우리 사회의 병폐 중 하나는 어린 학생들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학습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꿈과 끼를 살려주는 행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 및 능력중심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및 국가자격체계(NQF)와 관련된 외국의 사례·경험에 대한 발표 및 토론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자를 아우르는 유럽의 사례와 교훈도 다문화 인재 양성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글로벌 인재포럼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포럼을 추구해 왔다. 올해에는 ‘대졸자 취업역량,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대학생도 지정 토론자로 참여하는 열린 세션을 포함했다. 마지막 종합정리토론에서는 포럼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발표한 필자와 함께, 고등학생 및 대학생 참가자 대표들이 포럼에서 느낀 생각 그리고 우리 사회에 바라는 기대와 꿈을 이야기하는 기회도 있었다.

글로벌 인재포럼이 내년에는 더욱 발전해 국내외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범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